[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역 소주업체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위 업체와의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수도권 메이저가 전국적인 인지도를 앞세워 지방 출정에 나선 가운데 향토기업에 대한 지역민의 충성도도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닐슨 소매점 기준 올해 1분기 소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다. 반대로 맥주 판매량은 1.5% 감소했다. 이중 수입 맥주는 11.9% 성장했지만, 국산 맥주는 6.4%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소주 시장 점유율 1위인 하이트진로는 연결기준 1분기 소주 매출액이 2.7% 성장한 2517억원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는 영남 지역의 특화 브랜드인 '참이슬 16.9'를 판매하는 등 지방 시장에서도 판매량을 늘려 1분기 현재 전국 점유율 53%로 추정된다.
주력 제품인 '참이슬'을 비롯해 '참나무통 맑은이슬', '일품진로 1924' 등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소주 원조 브랜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진로'도 출시했다.
젊은 층 공략을 위해 뉴트로(Newtro) 콘셉트를 적용한 '진로'는 알코올 도수 16.9도로 지역 브랜드의 주력 제품과 같다. 17도 이하 소주로서 이달 중순부터 TV 등 각종 매체에서 광고도 방영되고 있다. 또 하이트진로는 다음 달 30일까지 포차어게인 강남점과 홍대점 등 두 곳에서 '진로'의 팝업스토어 '두꺼비집'을 운영한다.
롯데주류는 수도권과 강원 지역의 '처음처럼' 점유율을 바탕으로 1분기 실적이 상승했다. 롯데주류의 소주 점유율은 20%로 추정되며, 소주와 맥주를 합한 주류 부문의 매출액은 1986억원을 기록해 7.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무학의 1분기 '좋은데이' 등 주류 매출액은 417억원으로 12.2% 감소했다. 무학은 지난 3월 16.9도의 '딱 좋은데이'를 리뉴얼 출시하는 등 부산·경남 지역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보해양조는 소주 부문의 매출액이 10.2% 감소한 85억원을 기록했다. 보해양조의 1분기 영업이익은 5억5200만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점유율이 줄었다.
지역 소주업체 중에서는 부산·경남 지역 점유율 1위인 대선주조가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대선주조의 지난해 매출액은 821억원으로 전년보다 60.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1억원으로 2배 넘게 성장했다. 대선주조가 지난해 1월 출시한 16.9도의 '대선'은 1년 만에 2억병 판매를 돌파했고, 부산 지역 점유율은 57%에 달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에서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점유율 상위 업체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지방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지역 업체와의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 인구가 계속 감소하면서 신규 소비자 유입이 없고, 수도권에 사는 지방 출신 소비자도 예전처럼 자신의 지역 소주를 적극적으로 구매하지 않는 등의 경향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대형마트 주류 코너 모습.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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