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기자] 근로자들이 과로노동에 시달리면 수면시간 단축과 우을증 증가, 심근경색 질환 등의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오랜 시간의 추적 끝에 사실로 확인됐다. 과로가 단순히 질병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전체 국가경쟁력 하락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뉴스토마토>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간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로노동이 각종 건강 이상을 유발한다는 사례가 확인됐다.
우선 보사연 보고서는 1990년 이후 국내외에서 출판된 건강에 대한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했다. 보고서에서 보사연은 장시간 노동은 심뇌혈관질환, 정신질환, 수면장애, 대사질환, 암, 건강행태 변화, 임신 및 출산 관련 문제, 근골격계 질환 등을 유발한다고 확인했다.
조사 결과 주 평균 35~40시간 근로자에 비해 주 55시간 초과 근로자는 수면시간 단축이 2.9배, 입면 장애(불면증)는 7.9배, 조기 각성은 2배, 우울과 불안 발생 위험이 1.3~1.7배 높았던 것이다. 수면의 질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하루 11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는 수면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은 1.13배, 뇌졸중 발생 위험은 1.33배 높인다는 결과도 나왔다.
암'의 경우 관련 연구 수가 적어 증거가 충분하지 않지만, 교대근무와 암 발병 간의 관련성은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보사연의 설명이다. 국제암연구소는 2007년 교대근무가 '인간에게 암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고, 기존 역학연구들에서 유방암의 경우 교대근무의 영향이 비교적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당뇨와 고혈압, 대사증후군, 임신 및 출산 관련 문제, 근골격계질환 등과 과로와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도 상당수 된다. 가령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인구기여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남성의 가장 높은 연령대는 40대로 전체 유병건수의 약 16%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됐다. 여성은 60대가 가장 높았고, 해당 연령대 여성 심뇌혈관질환 유병 건수의 약 16.8%는 장시간 노동에 기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질환은 40대 남성의 인구기여위험도가 가장 높았는데, 정신질환 유병 건수 중 14.5%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유병으로 추정된다. 인구기여위험도는 ‘해당 노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관찰되지 않았을, 다시 말해 해당 노출로 인해 발생한 사건의 분율’을 의미한다.
교대근무로 인한 심뇌혈관질환 유병의 인구기여위험도는 남녀 모두 30대에서 높았는데, 전체 심뇌혈관질환 건수의 1.4%(남)와 5.1%(여)가 교대근무에 기인한 것으로 추산됐다. 심뇌혈관질환은 2016년 기준 20~69세 전체 환자수가 약 34만4000명에 이른다. 이 중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로 인한 환자 수는 산출한 인구기여위험도를 바탕으로 할 때 각각 2만3000명과 5000명 정도다.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 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가 3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권고 이행 촉구 및 노동조건 후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로노동은 유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경제활동인구를 줄여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보면 생산연령인구는 올해 5만5000명 주는 것에 비해 내년부터 10년 동안 32만5000명 감소한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면 바로 취업자 증감과 생산, 소비에 영향을 줘서 경제성장률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근로자들이 질병으로 현장에서 빠져나가는 만큼, 우리 경제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셈이다.
정연 보사연 보건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야간근무를 포함한 교대근무를 공공 부문 및 장치산업 등의 불가피한 영역에 국한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장시간 노동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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