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정부가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서두른 것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에 대한 안전판을 빨리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하반기 대외리스크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경제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논리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리암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이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원칙적 타결 선언식'에서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10일 한·영 FTA 협상의 원칙적 타결을 공식 선언한 자리에서 "영국이 EU 탈퇴(브렉시트) 시에도, EU에서 두 번째 큰 우리의 교역 상대국인 영국과 통상환경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가 일어나더라도 그로 인한 통상 공백을 미리 차단한 셈이다.
이번 합의는 아직 영국이 정식으로 EU에서 탈퇴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해 '임시조치' 협정이라는 방식으로 마련했다. 주요 골자는 한·영 간 통상관계를 기존 한·EU FTA 수준으로 이어가는 것으로, 연속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령 이번 FTA로 종전처럼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은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만약 브렉시트 이후 별도 조치가 없었다면 자동차는 10%, 자동차 부품은 4.5%까지 관세가 뛸 수 있다. 리암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은 "이번 타결을 통해 양국간 교역의 지속성을 마련한 것은 영국과 한국 기업들이 추가적인 장벽 없이 교류가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이는 향후 양국간 교역이 더욱 증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현재 세계가 마주한 경제 역풍 속에서 긴밀한 영·한 무역 관계는 양국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향후 시나리오를 △노딜 브렉시트 △브렉시트 이행기간 확보 △브렉시트 시한 추가 연장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영국은 한국의 18위 교역국으로 교역량은 우리나라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규모는 작지만 브렉시트 상황이 유럽 전체에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EU와 연계된 심리적 효과는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자리에서 양국은 한·영 FTA를 추후 한·EU FTA보다 높은 수준의 협정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산업혁신기술 공동 R&D 협력과 에너지 분야 수소경제 및 원자력 협력, 자동차 파트너쉽 구축,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협력, 농업 분야 지식공유 등 양국간 협력을 고도화하고 수출 확대를 위한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방안도 합의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이번에 합의한 한·영 FTA가 한·EU FTA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1.0 버전'이라고 할 수 있고 발효 후 2년이 지나면 재검토해 '2.0 버전'으로 협상을 다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종합적 선제적 대응방안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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