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가습기 피해자' 발등 찍은 환경부 압수수색해야
2019-06-11 06:00:00 2019-06-11 06:00:00
수 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가해자가, 기업에서 이제는 정부와 국회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검찰 조사 결과,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확인된 CMIT·MIT 원료의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애경산업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상대로 조사를 무마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또 검찰의 애경 압수수색 과정에서 환경부 내부문건까지 나왔다. 이 문건은 환경부 산하 가습기살균제 대응 TF에 소속돼 피해구제 업무를 맡던 환경부 서기관에 의해 전달된 것이다. 이 서기관은 대기발령 조치된 상태다. 문제는 애경뿐 아니라 SK케미칼에서도 이러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자들이 호흡기를 끼고 도움의 손길을 뻗은 곳은 다름아닌 정부와 국회였다. 누구보다 믿었던 국가가 알고보니 살인기업이라고 생각했던 가해자들과 한통속이라는 것은 정말 큰 비극이다. 피해자들의 피해가 수년간 규명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조사를 무마 혹은 은폐하려는 공작을 벌인 기업들에겐 더 큰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미 애경은 2016년 당시 검찰 수사 때도 가습기살균제 관련 증거를 없애기 시작했고, 이 혐의로 전 대표는 재판에 넘겨졌다. 자료 폐기 정황은 업무용 컴퓨터를 부수고 문서가 담긴 파일첩을 파쇄하는 방법으로 이뤄졌고, 다른 기업들이 범죄 혐의를 숨기기 위해 동원했던 수법들과도 오버랩된다. 
 
SK케미칼 전 대표 역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됐다.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 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뒤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다수 간부들의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돼 추가 범죄소명이 요구된다.
 
이제 검찰의 수사만이 유일하다.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자체 재조사뿐만 아니라 이 기업들이 어느 범위의 정관계 로비를 했는지, 환경부와의 유착관계 등을 규명해야 한다. 피해자 단체에선 검찰의 환경부 압수수색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영지 사회부 기자(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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