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자영업자 10명중 7명은 두번째 일자리가 '자영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직장에서 은퇴한 뒤 창업전선에 뛰어든 이가 전체 자영업자의 72.3%나 되는 셈이다. 반대로 자영업을 하다 임근 근로자로 가는 비율은 3.5%에 그쳤다.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노동시장의 경직화가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뉴스토마토>가 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 결과와 중소기업연구원의 자영업 불평등도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 중 임금근로 일자리를 그만두고 창업한 사람은 72.3%(2016년 기준)였다. 직장을 다니다 퇴직한 뒤 곧바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또 두 번의 직장 생활 후 세번째 일자리가 자영업인 경우는 57.7%였다. 네번째 일자리와 다섯번째 일자리 중 자영업 경험이 처음인 사람은 각각 44.9%와 37.2%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과정에서 창업을 경험하는 것이다.
직장인에서 자영업자로 밀려오는 분포는 높지만 자영업에서 직장인으로 이동하는 확률은 극히 낮았다. 작년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노동 시장의 이중성(Labor Market Duality in Korea)'이라는 워킹페이퍼에서 한국노동패널조사를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가 임금 근로자 즉 직장인이 다시 되는 확률은 3.5%(2013~2014년 기준)에 불과했다. 특히 정규직은 1.3%에 그쳤고, 임시직이 2.2%였다. 92.1%가 다른 자영업으로 이동하고 4.4%는 무직자로 전락했다.
문제는 경기둔화와 내수부진으로 자영업 생존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3~2017년 연평균 105만개가 창업하고, 80만개가 폐업했다. 자영업이 도소매업과 음식업 등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생활밀접업종을 중심으로 진입과 퇴출이 빈번히 발생하는 다산다사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근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자영업 시장 진출 가속화로 시장 내 과밀화·과당경쟁 현상이 발생한 데다 비교적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이 일부 업종에 집중된 여파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2015년 기준 신규 자영업자 중 창업비용 5000만원 미만의 비중이 50.7%나 되며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57.5%를 차지했다. 해마다 폐업 자영업자가 쏟아져 나옴에도 불구하고 재취업을 위한 퇴로가 막혀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에서 자영업으로 이동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한계자영업자의 자발적 퇴로를 열어주고, 자영업이후 길을 개척하게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은다. 나수미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자의 퇴로를 마련해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재취업이 가능한 고용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내년 7월부터 매달 50만원 최대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에 폐업 자영업자도 포함키로 했는데 이런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