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방송과 통신 업무 일원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유 장관은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오찬에서 "방송·통신 관련 정부 정책의 효율 측면에서 보면 (일원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되긴 했다"며 "하지만 사전에 관련 부처끼리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 업무는 지난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당시 방통위가 담당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하면서 유료방송과 통신 진흥은 미래부(현 과기정통부)가, 지상파와 통신 규제 업무는 방통위가 각각 맡게 됐다. 유 장관은 방송·통신 업무 일원화 논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재 체제가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방송·통신 업무 일원화는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이고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지 문제가 있다, 없다의 문제는 아니다"며 "현재 체제는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 열린 4기 방통위 2년간의 성과 브리핑에서 "한 정부에서 방송·통신을 두 부처가 관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방송·통신 업무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몰 규정은 한시적으로 염려되는 것을 보완하라는 의미"라며 "노력을 했지만 바뀌는 것이 없다면 기간을 늘린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 이유없이 재도입하자고 하는 것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시장의 특정 사업자가 전체 가입자의 3분의1(33%)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지난 2015년 6월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가 2018년 6월 일몰됐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논의 중이다. 재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와 각 의원간의 의견이 갈린 상황이다. 과방위가 합산규제를 재도입하지 않을 경우 필요하다고 제시한 사후규제 방안에 대해서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의견이 엇갈렸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유 장관은 5세대(5G) 통신에 대해서는 소비자 혜택 증대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5G는 4G처럼 저가 요금제가 없지만 기업들이 경쟁하면서 저가 요금제 못지않은 혜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통신사와 대화 중"이라고 말했다. 5G가 지난 4월 상용화됐지만 아직 전국망이 구축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이미 5G를 이용 중인 소비자들이 겪는 불편함에 비해 통신사가 제공하는 혜택이 약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통신사에게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규제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도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승차 및 차량 공유 기업들과 택시 업계의 갈등, 단말기완전자급제 도입으로 인한 유통망 종사자의 일자리 상실 우려, CJ헬로의 알뜰폰 분리매각 가능성 등의 이슈 등을 예로 들며 "규제를 완화하고 신기술 분야를 성장시켜야 하지만 기존 산업 등 반대쪽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국가가 풀어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올해 꼭 이뤘으면 하는 과제로 △연구개발(R&D) 업계의 원활한 연구와 성과 △소프트웨어산업발전법의 국회 통과로 인한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 △한국 5G의 세계 무대 장악 등을 꼽았다. 그는 본인의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변수가 있으므로 지혜롭게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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