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핀테크(FinTech)라는 용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금융과 기술을 접목한 핀테크 서비스들에 익숙한 세상을 살고 있지요. 직접 은행을 방문하기보다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업무를 보는 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금융에 정보통신(IT) 기술이 덧입혀져 보다 쉽고 간편하게 서비스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핀테크 시대를 지나 테크핀(TechFin)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테크핀은 지난 2016년 중국 알리바바의 공동창업자인 마윈 회장이 사용해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금융 서비스에 기술을 접목하는 핀테크를 넘어 '기술이 금융을 주도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마윈 회장은 "미래 금융 산업에는 크게 두 가지 기회가 있다. 하나는 모든 금융 기관들이 온라인화되는 온라인 뱅킹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과 다른 아웃사이더들이 주도하는 인터넷 금융"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바로 후자가 테크핀을 말합니다.
마윈 알리바바 공동창업자 겸 회장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핀테크나 테크핀이나 모두 금융 산업을 기술로 혁신한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다만 그 혁신의 주체가 다릅니다. 핀테크가 금융회사들이 기존 서비스에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를 지칭했다면, 테크핀은 IT 기업들이 자신들의 ICT 시스템과 인프라에 금융 서비스를 도입하는 걸 말합니다. 그러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가 펴낸 '비트코인 테크핀의 시대를 앞당기다' 보고서를 보면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와 아마존, 구글 같은 IT 기업들은 일반적인 금융회사에 비해 훨씬 다양한 고객 포트폴리오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IT 기술을 기반으로 막강한 데이터 분석 역량도 지녔다. 그래서 이들 테크핀 기업은 전통적인 금융기관보다 더 정확하게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보다 혁신적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은 알리페이를 활용한 결제뿐 아니라 자산운용과 보험, 신용평가 등의 분야에 진출하며 급속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1500억달러(약 165조원)으로, 한국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잘 알려진 중국 텐센트의 위챗페이, 미국 이베이의 페이팔과 아마존 아마존페이 등도 주목할 수 있겠지요. 국내 테크핀 시장은 카카오가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지난 7월 네이버가 네이버페이 사업 분사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맞대결을 예고했습니다.
테크핀 기업들의 강점은 빅데이터와 AI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기술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도 그중 하나일 테고요.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기술의 등장으로 테크핀 시대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이전의 핀테크를 아이폰이 등장하기 이전의 모바일 기기에 비유하면서 말이죠. 어느새 다가온 테크핀 시대를 대비해 국내 산업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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