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물건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구독하는 구독경제 시대가 다가왔다. 물건이나 서비스 사용료만 내면 전문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소비자 입장에선 특히 관리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각종 생활가전 중심으로 시작된 구독경제는 자동차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생활가전보다 훨씬 고가인 자동차는 대부분 할부로 구매해 오랜 기간 동안 소유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차량을 소유하는 만큼 각종 소모품과 보험 등 차량 관리는 오롯이 운전자 몫이다. 그만큼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다른 차량도 운전해보고 싶지만 쉽지 않다. 운전자들의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차량구독 서비스다. 전민수(36) 더트라이브 대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기반의 중고차 대여 서비스 '트라이브'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 대표는 트라이브를 통해 기존 장기 렌트카와 차별화된 중고차 구독 시장을 열겠다는 각오다.
전민수 더트라이브 대표. 사진/더트라이브
타고 싶었던 벤츠 구독한다…차량 관리 서비스는 기본
트라이브는 초기 부담없이 다양한 고급 차량을 경험할 수 있다. 구독료만 내면 차량을 배정받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짧은 약정기간과 다양한 차량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을 트라이브의 차별점으로 꼽았다. 트라이브의 차량 약정기간은 장기 렌트카보다 짧다. 때문에 장기 렌트카보다 다양한 차량을 경험하기에 용이하다. 차량을 장기 렌트하거나 구매할 때 3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할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트라이브는 주로 프리미엄급 차량을 취급한다. 수입차는 벤츠 A~E클레스와 BMW 1시리즈~5시리즈, 국산차는 그랜저·제네시스·싼타페·스포티지 등으로 구성됐다. 차량을 구독하면 보험과 각종 관리에 대한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트라이브의 서비스는 △배달 손세차 △대리주차 △진단 및 사고감지 △비교 시승 등이다. 손세차 서비스 시 차량의 상태를 기록해 지속적으로 차량의 상태를 점검한다. 앱을 통해 위치를 공유하며 대리 주차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차량진단모듈(OBD)을 통해 차량 상태와 사고 여부를 알 수 있다. 차량 전담 직원이 정기 점검뿐만 아니라 사고, 고장 등 문제 발생 시 신속히 처리한다. 또 레저용 차량을 대여하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차량의 비교 시승도 할 수 있다. 다양한 차량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운전자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다.
전 대표는 중고차 구독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일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테스트(CBT)를 진행했다. 중고차이다보니 차량의 성능을 점검하고 고장 시 신속하게 수리하는데 중점을 뒀다. 우려와는 달리 서비스 기간 동안 차량의 큰 고장은 없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등 소모품이 차량 성능에 비해 준비가 덜된 점을 파악했다. 이에 전 대표는 차량의 소모품을 보완하며 서비스의 품질을 좀 더 완벽하게 했다. 전 대표는 이달말부터 오는 10월초까지 트라이브의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대기 중인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차량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시범서비스를 거치며 서비스 완성도를 더욱 높인 후 12월에 정식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전민수 더트라이브 대표가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열린 디데이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트라이브
규제 샌드박스로 규제 불확실성 해결
전 대표는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서비스의 규제 불확실성을 해결했다.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만약을 대비해 관련 규제가 없는지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 대표는 올해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ICT(정보통신기술) 규제 샌드박스의 신속처리 신청을 했다. 여객자동차법 등 국토교통부 관할 규제가 혹시 있을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신속처리는 기업이 준비 중인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기존 법에 저촉되는지, 별도의 허가가 필요한지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면 정부가 30일 이내에 답변을 해주는 제도다.
과기정통부는 각 부처들을 통해 기존 규제 유무를 확인하고 금융위원회의 관련 법상 트라이브 서비스가 어렵다고 통보했다. 차량을 빌려줄 때 기준내용연수가 100분의20을 넘어야 하는 기준이 있는데 이를 계약기간으로 환산할 경우 1년 이상은 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더트라이브는 당초 신속처리를 신청할 때 이러한 금융 관련 규제를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자료에 계약기간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트라이브가 계획 중인 중고차 구독 서비스는 약정 기간이 1년으로, 금융위의 기존 규제와 충돌하지 않는다. 더트라이브는 과기정통부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을 통해 이러한 계약 기간을 적극 소명했고 금융위는 기존 규제와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과기정통부와 금융위원회를 통해 규제 이슈를 명확히 털어낸 전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회사가 나아가야 할 사업 방향성을 안전하게 계획할 수 있는 큰 가이드라인을 얻을 수 있었다"며 "규제 샌드박스는 규제에 저촉을 받지 않으면서 소비자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제시해줬다"고 말했다. 규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투자 유치도 탄력을 받았다. 더트라이브는 오는 9월 20일쯤 프리시리즈 A라운드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라운드 투자 금액은 총 7억원이다.
전 대표는 트라이브에 인공지능(AI)도 도입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더트라이브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트라이브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는 AI를 활용한 자동차 시세 예측 로봇 어드바이저이다. AI 기반으로 차량 매입가와 판매가를 비롯해 수요 수준을 예상하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 매입 시세부터 판매 시세까지 다양한 단계의 차량 가격 자료를 수집하고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는 시세 수집부터 단계별 모듈을 설계하고 있다.
창업 전 전 대표는 광고와 중고차 매매 관련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사회 초년병 시절 롯데 계열의 광고회사 및 광고제작사에서 4년간 근무하며 롯데의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과 IBK 기업은행의 광고 등을 기획했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기나 소프트'라는 인도 회사로 이직했다. 기나 소프트는 온라인 기반의 중고차 매매 플랫폼인 한국의 'SK엔카'에 비견할 수 있는 곳으로 온라인에서 자동차 딜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기나 소프트는 지난 2014년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 지부를 설립했고 당시 전 대표도 이직을 했다. 하지만 이른바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회사가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전 대표는 인도 본사로 가서 근무하는 대신 중고차 관련 창업을 택했다. 더트라이브는 그 첫 도전의 결과물인 셈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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