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유엔총회 계기 한미회담…북미 실무대화 재개 방안 등 논의
북미대화 앞두고 의견 조율…방위비분담금도 언급될듯
2019-09-15 12:48:33 2019-09-15 12:48:33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미국 뉴욕을 방문해 유엔(UN)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본격적인 협상을 앞둔 한미 방위비분담금에 대해서도 양 정상의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제74차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9월22부터 26일까지 3박5일 간의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방문 기간 문 대통령은 24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으며, 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은 청와대와 백악관 간에 협의 중에 있다"면서 △안토니오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 면담 △주요국 정상들과 양자회담 △'녹색 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 준비행사 공동주관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 등의 계획을 소개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13일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유엔 총회 참석 및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뉴욕 방문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전격 결정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초 이낙연 총리의 총회 참석이 검토됐지만 9월 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이 커졌고, 한미 정상 간 의견 조율 필요성 역시 함께 강해졌다는 해석이다.
 
특히 내년 2월부터 차기 대선 일정이 본격 시작되는 미국에선 북한 문제를 서둘러 매듭짓고 싶어하는 기류가 포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강경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을 경질한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무협상에서 이견을 좁히고, 정상회담에서 이를 승인하는 로드맵이 가시화 된 것이다.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선희 외무성 1부상은 지난 9일 담화문에서 '9월말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여기에 북한이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을 이어가는 것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신 자국 안보를 지키기 위한 능력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고 대변인은 "최근 나온 북미 간 일련의 발언들을 보면 한반도 평화를 향한 '거대한 톱니바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관측해본다"고 했다.
 
북미가 비핵화 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되면서, 양측의 미묘한 간극을 메워줄 우리의 '중재자' 역할도 중요해졌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은 확실한 선 '체제보장' 후 '제재완화' 카드를 제시하고, 우리도 미국의 양해를 얻어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철도연결과 같은 남북 교류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러한 부분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재개 필요성을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KBS 추석특별기획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에 출연해 "(남북 사이에) 다른 일들은 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도주의적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안 준다는 것은 우리 남쪽 정부든 북쪽 정부든 함께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시상봉, 화상상봉, 고향방문, 성묘 이런 것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 배경 등 일본의 부당한 무역보복 조치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26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제73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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