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전 산업군에 걸쳐 대세로 떠오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약업계 신약개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효율적 AI 활용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사업 모델을 통한 성과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독점'으로 대표돼온 제약업계 기존 패러다임 변화와 방대한 데이터를 원활하게 공유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개최한 'AI파마 코리아컨퍼런스'의 '현재 우리의 위치와 미래 가야할 길' 세션에 참석한 연사들은 해당 내용을 담은 발표를 통해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을 위한 제약업계 방향성을 제시했다. 연사로는 미쉘 파텔 아스트라제네카 헬스인포메틱스 글로벌 담당 최고책임자와 폴 콜하스 몰레큘 프로토콜 대표, 남선이 SK헬스케어그룹 위원이 나섰으며, 좌장은 이동호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장이 맡았다.
첫 연사로 나선 미쉘 파텔 박사는 'AI 및 분석 적용을 통한 의약품 개발의 재편'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AI 활용 신약 개발의 키워드로 '좋은 파트너 선정'을 꼽았다.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제약사뿐만 아니라 IT기업, 기초 연구에 나선 학계, 임상기관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통해 개발이 진행되는 만큼, 이해 당사자들의 협력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때문에 초기 설계단계부터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검증된 파트너들과 각 분야에서 현실적인 적용이 가능한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분권형의 의약품 개발'을 주제로 한 발표에 나선 폴 콜하스 대표는 다양한 분야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협력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기존 자세를 벗어나 초기부터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의 협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이 한창이던 시기 오픈소스(소프트웨어의 설계도 격인 소스코드를 공개, 누구나 수정 및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 방식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높인 안드로이드가 좋은 사례로 꼽혔다.
폴 콜하스 대표는 "제한적 약물개발 모델을 비롯해 초기 단계 학계가 기여하는 역할에도 불구, 산업계 R&D가 폐쇄적이라 협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제약사들의 조기 투자를 비롯해 사업 모델에 대한 소유권을 다양한 분야 플레이어들에게 배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의 AI활용을 바라보는 IT업계 시선도 제시됐다. 대표적 IT 공룡기업인 구글 조차 신약개발에 흥미를 보이며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알파홀드)를 개발할 만큼 AI가 신약개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맞지만 이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기존 제약사들의 폐쇄적 태도 변화와 국가적 데이터 공유 인프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남선이 SK헬스케어그룹 위원은 "신약개발은 지나치게 매뉴얼이 많고, 다른 조직과의 협업이나 공유가 아닌 독자적 연구가 많은 편"이라며 "신약 개발 생산성 혁신을 위한 도구로 AI를 이해하는 동시에 기술간 융합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확산과 새로운 파트너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7일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AI파마 코리아컨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연사들이 발표에 앞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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