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백주아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 선정이후 한 달 만에 정부가 또다시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것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종합부동산세 과세라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24주 연속 상승하는 등 주택시장의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자 동원 가능한 모든 정책적 수단을 총 동원한 것이다.
16일 내놓은 대책은 그간 18차례에 걸쳐 나온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세금·대출·청약·공급 규제가 모두 방안에 담겼다. 구체적으로 시가 9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20%(현행 40%)로 축소하고,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해 투기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키로 했다. 또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최대 0.8%포인트 인상해 다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을 늘린 한편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도 넓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확고하다"며 "주택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기초가 되는 만큼 불로소득을 위한 투기수단이 돼서는 안 되며 휴식과 안정을 주는 거주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 투기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주택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주택시장을 거주목적의 실수요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대책에 대출 규제 한층 강화해 투기 수요 옥죄기에 나선다.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LTV(담보인정비율)를 추가로 강화해 고가 아파트일수록 본인 자금 비율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은 전면 금지키로 했다.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금융지원을 아예 없애자는 취지다.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가 성행도 막기로 했다. 사적보증의 전세대출보증 규제를 공적보증 수준으로 강화하고, 전세 대출받은 후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매입하거나 2주택 이상 보유할 경우 전세대출을 회수키로 했다.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인상한다. 일반 주택보유자에 대해서는 과표 대상별로 0.1%~0.3%포인트 인상하고,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0.2%~0.8%포인트 인상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세부담상한은 기존 200%에서 300%로 높인다. 분양가 상한제 지역의 경우 한달새 대폭 늘린다. 서울 13개구 전지역과 경기 3개시(과천·하남·광명) 13개동, 정비사업 이슈가 있는 서울 5개구 37개동을 추가 지정키로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에도 나선다. 내년 공시는 시세변동률을 공시가격에 모두 반영하고, 특히 고가주택 등을 중심으로 현실화율을 우선 제고할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평균 현실화율이 70% 미만으로 보고 있다. 이에 내년에는 공동주택 시세 9∼15억원의 경우 70%, 15∼30억원의 경우 75%, 30억 이상의 경우 80% 수준까지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대출부터 공급대책 까지 총 망라한 강도 높은 규제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새로운 대책 보다는 기존 대책에 규제를 더 강화한 내용이 중심인 만큼 단기적인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이 잠시 보합세로 돌아갈 가능성은 있지만 중장기 대책이 아닌데다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른 때보다 대책의 양이 많은데 사실상 가장 강도 높은 대책은 대출규제며 또 강력한 게 거래질서 확보를 위해 자금조달 계획서를 증빙 서류로 내라고 한 점"이라며 "대출규제나 보유세 부담, 전월세 갭투자 방지 등은 일시적으로 강남을 비롯한 서울지역의 집값 상승을 잡을 수 있지만 중장기대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새로운 대책은 없고 기존에 나왔던 대책을 업그레이드 하는 수준이지만 내용은 거의 전방위적으로 강화했다"며 "실수요자들의 부동산 심리를 오히려 불안하게 할 수 있어 정부 대책 자체가 강하다고 해도 상징성 부분이 약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세종=김하늬·백주아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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