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리듬)삼성, '비노조 경영원칙' 포기...'이재용 재판' 사전 포석?
2019-12-22 00:34:14 2019-12-22 00:34:14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앵커]
 
그룹차원의 조직적인 노조와해 혐의로 전부유죄를 선고받은 삼성이 '비노조 원칙'을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달로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의 '국정농단 공판'을 앞두고 경영 쇄신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입니다. 자세한 내용, 삼성그룹을 출입하고 있는 취재기자와 함께 살펴드리겠습니다. 산업부 권안나 기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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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기자, 삼성전자가 '비노조 경영'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기로 했다던데 어떻게 된건가요? 
 
[기자]
 
지난 17일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26명의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요, 삼성에서는 하루 뒤인 18일 공식 사과문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 사과문에서 그동안의 노조에 대한 자신들의 인식을 솔직하게 반성하고, 향후 노사문화의 변화를 예고하는 문구가 들어가면서 "삼성의 비노조 경영이 사실상 폐기됐다"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정확하게 그 문구는 어떤거죠?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기자]
 
화면을 보시면 우선 노사 문제로 걱정과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로 시작을 하고 있고요.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 정립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과문에 대해 실형을 선고받은 당사자들은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삼성이 이를 다 제쳐두고 공식 사과를 내놨다는 점이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요. 삼성이 노조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도 굉장히 드문 일이기도 합니다. 사과문을 보면 최근 달라진 기업 문화와 '노동 존중'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통해 노사관계를 전향적으로 재정립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앵커]
 
삼성의 비노조 경영은 어디서부터 시작된건가요?
 
[기자]
 
일각에선 삼성의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노조는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일화가 나돌 정도로 이병철 선대회장때부터 삼성이 비노조 원칙을 강건하게 고수해왔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그동안 노동계에서는 이를 두고 불합리하며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이 계속돼 왔습니다. 삼성 측에서는 '노조를 조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식으로 항변했지만 지적이 끊이질 않자 2012년부터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이 같은 문구를 제외하고 “근로자 대표를 경영 파트너로 인식한다”는 말을 넣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노조 정책은 지속돼 왔는데요. 대표적으로 이번에 법원을 통해 혐의가 인정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럼 이번에 구속된 관계자들을 보면 굉장히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의미가 되겠군요?
 
[기자]
 
대표적으로 과거 삼성전자 수뇌부였던 미래전략실 주도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일명 그린화 전략)을 기획ㆍ실행한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된 2013년 6월 종합상황실을 마련해 신속대응팀까지 꾸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조원들의 민감한 정보를 빼돌리고 표적 감사를 하거나, 폐업한 협력사를 지원하는 등 조직적인 활동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그렇게 비노조 원칙을 지키기 위해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았던 삼성이 변하게 된 것은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기자]
 
사회적 요구가 변했고, 거기에 대응하는 총수도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결단에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데요.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경영 복귀 이후 두달여 만에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소속 수리 기사 8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했고, 반도체 백혈병 근로자들과의 10년간의 분쟁을 종결짓는 등 파격적인 '쇄신 경영'을 이어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상생'이라는 키워드가 일맥상통하고 있는데요. 상생을 통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치관을 경영의 중심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 영상에서는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상생경영의 의지를 직접적으로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오너의 의지가 그렇게 비춰진다고 하니 삼성에서는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향후 어떤 국면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특히 지난달 양대노총인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가 처음으로 설립됐는데요. 노조 설립 이후 노조에 대한 회사의 첫 공식 입장인 만큼 새해에는 임단협 등의 빠른 전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노총 측에서는 이번 사과문을 넘어서 "노조 활동에 대해 어떤 방해 공작도 하지 않겠다"는 직접적인 표현이 나오기 전까지는 완전히 비노조 경영이 폐기됐다고 볼 수 만은 없다면서 아직까지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습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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