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및 출연진과 '짜파구리' 오찬을 함께하고 그간의 노고를 격려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오찬에는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진과 배우 총 22명이 참석했다. 제작진으로는 곽신혜 바른손 이엔이대표, 장영환 프로듀서, 한진원 작가, 김성식 조감독,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미술감독 등 12명이, 출연진은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최우식, 이정은, 박명훈, 정지숙 씨와 정현준 군 등 10명이 함께했다. 2011년생 아역배우 정 군은 어머니가 동행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아카데미 영화상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 제작진 및 출연진 격려 오찬 사전환담에 참석해 봉준호 감독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진심으로 축하말씀 드리고 무척 자랑스럽다"며 "우리 영화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아주 자랑스럽고, 오스카의 역사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게 만들었다라는 사실이 아주 자랑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 자랑스러움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국민에게 큰 자부심이 됐고, 아주 많은 용기를 줬다. 그 점을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을 통해 우리 문화예술이 어느 특정 일부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우수하고 세계적이란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면서 "변방 문화가 아닌 세계 중심부에 진입해 인정받는 세계적인 문화가 됐다"며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pop 열풍, 한류 드라마 유행, 국제 음악 콩쿠르 한국인 다수 입상 등을 언급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문화예술 산업 분야가 다 저변이 아주 풍부하다거나 두텁다거나 그렇게 말할 순 없을 것"이라며 "문화예술계도 기생충 영화가 보여준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봉 감독과 제작진이 '표준근로계약'을 준수하며 영화를 촬영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개인의) 선한 의지에 그치지 않고 제도화 되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면서 △영화업계 종사자 복지향상 △독과점을 막는 스크린상한제 도입 △영화산업 융성을 위한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어 "확실히 지원하겠다. 그러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봉 감독도 이름을 올린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기생충'이 보여준 그 사회의식에 대해서 아주 깊이 공감한다"면서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세계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불평등이 하도 견고해져서 마치 새로운 계급처럼 느껴질 정도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그런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게 또 반대도 많이 있기도 하고, 또 속시원하게 금방금방 이렇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매우 애가 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봉 감독은 "작년 프랑스 칸 영화제부터 시작해 미국 아카데미 오스카상까지 대장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다"면서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좋은 자리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송강호씨 역시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이렇게 대장정의 마무리를 짓는다는 것이 특별하다"며 "2년의 긴 마지막 행사다. 참으로 뜻 깊은 자리가 자연스레 된 거 같아 더 뭉클한 감동이 있다"고 거들었다.
이날 오찬 메뉴인 '짜파구리'는 김정숙 여사가 직접 만들어 대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아내가 특별한 팬이다"라고 소개했다. '기생충'팀은 문 대통령에 봉 감독의 각본집 2권을 선물로 전달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송강호씨의 특별한 인연도 눈길을 끈다. 송씨는 지난 2013년 12월 개봉한 영화 '변호인'에서 문 대통령의 평생동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변호사 시절 모습을 연기했고, 2014년 '사람사는세상영화제'에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문 대통령과 만났다. 2017년 8월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아카데미 영화상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 제작진 및 출연진 격려 오찬 사전환담에 참석해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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