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세종청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 속출하면서 비상시국을 맞았다. 개개인 간의 전염보단 집단감염발생의 우려가 커지면서 병마와 행정공백 사이 딜레마에 빠진 격이다.
12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확진자는 총 9명으로 확진세가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확진자가 발생한 부처는 인사혁신처, 보건복지부, 국가보훈처, 해양수산부, 교육부 등이다.
이 중 최다 확진자가 나온 해수부는 집단발생 우려가 높다. 해수부는 지난 10일 수산정책실 직원 한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다음날 같은 과에서 추가 확진자 4명이 잇따랐다.
같은 과에서 근무하는 부부 공무원도 있다. 이후 12일 수산정책실 추가 확진자와 더불어 같은 4층에 위치한 해운물류국 직원 3명도 확진 판정을 받아 초토화를 맞았다.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 발생한 정부세종청사 내 해양수산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 해수부는 출입통제구역으로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이 자택 대기에 들어갔다. 사태가 커지자, 해수부 수장인 문성혁 장관은 방역당국 공조와 전 직원의 검사를 지시한 상태다.
문성혁 장관은 직원 메시지를 통해 “실국 직원 및 밀접접촉자의 전수 검사, 사무실 전체 소독 및 재택근무 편성 등을 통해 확산 방지에 주력해왔다”며 “주기적인 방역과 전직원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체검사가 하달되면서 해수부 직원들은 자가 차량으로 세종시 보건소와 가까운 충북 일대의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등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검진은 24시간 후 결과가 통보되는 만큼, 추가 확진자 통계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당국은 해수부 첫 확진자에 대해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확진자가 나온 해수부 4층은 직원 211명과 파견·공무직, 출입기자까지 345명 가량이 머문 곳이다.
더욱이 해수부의 핵심 정책과로 손꼽히는 수산과 해운물류는 잦은 출장과 대면접촉이 많은 관계로 청사 내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해수부 5동에 위치한 구내식당은 같은 건물의 농림축산식품부와 바로 옆 4동의 기획재정부 직원들이 자주 이용하던 곳이다.
인사처·복지부에 이어 보훈처, 교육부 확진 소식에 나머지 부처들도 업무집중이 힘들 정도다.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 발생한 정부세종청사 내 구내식당이 폐쇄됐다. 사진/뉴시스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세종청사 내에 선별진료소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쯤되면 집단감염에 따른 확진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고민거리는 업무공백이다. 중앙행정기관은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 유연근무에 따른 공백을 막아야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부 반출이 어려워 원격근무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깔아 집에서 소화한다”며 “접근이 어려운 부분은 음성을 받은 최소한의 대체인력이 잔류해 업무를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컴퓨터가 없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내부망과 연결할 수 있는 노트북을 지급하나 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종시 측은 해수부 전수조사 후 나머지 부처를 대상으로 검사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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