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국산 코로나19 진단기술 성과의 배경으로 기업과 연구소의 빠른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한 진단키트 개발을 꼽았다. 펜데믹 사태 확산 이전 일찌감치 개발에 착수한 진단키트를 활용해 확진자 격리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규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센터장은 2일 연구원이 '생명공학자가 들려주는 코로나19와 바이러스 이야기'를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 특강을 통해 해당 내용을 비롯한 미래 진단기술 전망 등을 설명했다.
이규선 센터장은 "해외국가와 비교해 국내 확진자 수 증가폭이 눈에 띄게 잦아든 이유는 타임라인에 맞춰진 신속한 대응"이라며 "유전자정보 공개 이후 곧바로 개발에 착수한 고감도 진단키트들이 나오면서 안정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첫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한 코젠바이오텍의 진단키트는 지난 2월4일 허가됐다. 국내 1번환자 발생시점인 1월20일 이후 약 2주만의 일이다. 이처럼 빠른 진단키트 등장 배경으로는 지난해 12월30일 중국 우한지역 1번 환자 발생 이후 1월10일 유전자정보공개가 발표된 직후 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코젠 이후 △씨젠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 등 총 5개사 제품이 긴급사용승인 제품 목록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사항에 따라 분자진단 방식 제품만 긴급사용승인이 내려졌지만 보다 신속한 진단이 가능한 면역진단방식의 키트들을 포함하면 국산 제품들은 더욱 늘어난다. 글로벌 메디컬 플랫폼기업 메디히어로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세계보건기구(WHO) 진단기술 평가 협력기관 FIND에 이름을 올린 275개 진단 제품 가운데 국산 품목은 15개로 중국(57개)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 승인을 획득한 품목은 아직 없지만, 동남아와 유럽, 중동 등 다수 국가와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우수성을 인정받는 중이다.
이 센터장은 "감염병 관리를 위해선 조기 진단이 중요한데, 이를 통해 확진자들을 빠르게 분리하는 것이 가능했다"라며 "진단기술 자체도 그렇지만 진단환자 동선 공개와 적극적 관리, 드라이빙스루, 워킹스루 등의 방식도 화제였다"라고 설명했다.
이규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센터장이 2일 온라인 특강을 통해 국산 코로나19 진단기술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튜브 캡쳐.
최근 주요 진단방식으로 꼽히는 분자진단(RT-PCR) 방식과 항체진단 방식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분자진단방식은 최소 6시간이 소요되지만 유전자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확진자 분류에 명확히 활용될 수 있고, 면역진단 역시 다소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별도의 분석 장비 없이 10~20분 안에 현장에서 곧바로 쓸 수 있어 현장진단 또는 무증상 감염자 관리에 도움이 될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두 방식 모두 치료제 임상에서 활용 여지가 있어 장단점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향후 등장 가능한 진단기술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핵산추출과 진단이 한번에 가능한 일체형 장비(미세유체역학)를 활용한 방식이나 등온 PCR 기술을 활용한 초고속 분자진단, 유전자가위 진단법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작은 관을 통해 바이러스를 추출해 핵산을 증폭, 진단하는 미세유체역학 방식은 이미 FDA 허가 품목이 있는 만큼 향후 활용 가능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미래기술로 분류됐던 초고속 분자진단 방식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현장 적응을 앞당기고 있다"라며 "기술력이 검증됐지만 현장활용이 더뎠던 유전자 편집기술 역시 MIT나 UC버클리 등에서 상업화 목적 개발이 한창"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생명공학연구원 온라인 특강에는 이 센터장 외 류충민 감염병연구센터장(코로나19를 중심으로 한 감염병 길라잡이), 김두진 감염병연구센터 선임연구원(병이 약이되기까지, 백신의 과학), 이경륜 실험동물지원센터 선임연구원(바이러스 올킬, 바이러스 치료제) 등 4명의 연구자들이 나서 코로나19를 비롯한 바이러스의 과학적 이해를 돕기 위한 강의를 진행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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