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대한민국 시민권을 갖지 못한 이주노동자와 이주민 등 외국인들이 제외되면서 "세금을 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이주공동행동을 비롯한 62개 단체는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재난대책에서 이주민이 차별받고 배제되고 있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앞서 경기도와 서울시는 이주민에 대해서는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배제·제한한 바 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교수 및 연구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기본소득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3일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을 외국인가구를 제외한 2000만가구 중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1400만가구로 결정했으며, 경기도와 서울시도 대한민국 국적을 갖지 못한 이주민에 ‘재난기본소득’과 ‘재난긴급생활비’의 지급을 배제·제한했다.
서울시의 경우 시민권을 갖지 못한 이주민 중 내국인과 가족관계에 있거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만 긴급생활비를 신청할 수 있다. 이외에는 국내에서 외국인 비자나 영주권을 갖고 경제생활을 하며 세금을 납부해도 지원받을 수 없다.
외국인 거주비율이 높은 안산시의 경우 외국인에게도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 대상에서 이주민을 전면 배제했다.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 외국인 지급에 대해 주민등록 전산상 외국인의 현황 파악이 어려워 대상자를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주노동자와 이주민들은 똑같이 세금을 납부하는데 외국인이라 제외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독일의 경우 외국인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포르투갈은 난민에게 임시 시민권을 주는 등 유럽 각국에서 내외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재난기본소득 대상에서 이주민을 전면 배제하면서 관련 청원도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민 청원에는 ‘재난기본소득 세금 내는 외국인도 포함시켜주세요’라는 내용이 올라왔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세금 내고있는 외국인도 재난지원금 받게 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적어도 똑같이 세금 내는 외국인에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 남편은 외국인이지만 한국사람과 똑같이 세금내고 있다”며 “세금도 똑같이 내고 있고 (코로나19로) 힘든 것은 다 같은데 왜 외국인은 제외냐. 대한민국 가정의 가장이고 한국인 아이들의 아버지인데 재난기본소득을 못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경기도는 오는 9일부터 재난기본소득의 신청을 받는다. 지급대상은 지난달 24일 0시부터 재난기본소득 신청일까지 경기지역에 주민등록을 유지한 사람으로, 지급금액은 1인당 10만원이다. 서울시는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을 지난달 30일부터 받고 있으며, 신청자는 접수 이틀만에 9만명을 넘어섰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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