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넥스트 컴퍼니(Next Company).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1997년 회사를 설립하며 지은 이름에 담긴 뜻이다. 기존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에 올 새로운 회사라는 의미다. 김 대표가 직장에서 겪었던 일이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당시 현대전자에서 근무하며 아미넷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새로운 인터넷 시대를 여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내부 계열사간 분쟁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되자 대기업 시스템에 염증을 느낀 그는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NC소프트를 창업했다. NC는 기존 기업이 아닌 창조적인 문화의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담긴 사명이다. 개발자 출신의 김 대표는 서울대 재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통해 컴퓨터와 프로그램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이에 자신의 회사도 직원들이 서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지난 3일 23번째 창립기념일(매년 4월 첫주 금요일)을 맞이한 엔씨소프트는 직원들과 경영진, 외부인까지 함께 소통하기 위한 기업 문화를 구축했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함께 하는 행사로는 I&M리포트가 대표적이다. I&M리포트는 김 대표와 주요 경영진이 함께 회사의 주요 이슈와 핵심 가치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로, 1년에 4번 열린다. 해당 분기의 주요 아젠다와 관련된 일반 직원도 발표자로 나선다. 예를 들면 리니지2M이 출시된 분기의 I&M리포트에는 해당 개발자가 게임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이다. 경영진과 발표자들이 한 곳에 모이고 나머지 직원들은 생중계를 통해 그들의 발표를 본다. 직원들은 익명의 채팅창을 통해 궁금했던 내용을 묻는다. 많은 추천을 받거나 주요 질문이라고 판단된 내용에 대해 김 대표와 경영진이 답한다. 회사가 나아가야 할 거시적인 것부터 직장 생활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소소한 내용까지 질문의 범위는 다양하다.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행사를 열지 못했다.
지난 2019년 4월 열린 엔씨소프트의 사내 개발자 행사인 'NCDP19'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자신이 참여한 게임 개발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NCDP는 대표적인 내부 개발자 행사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게임 프로젝트와 다른 프로젝트에 있는 개발자와는 교류하기가 어렵다. 개발자들끼리 자신이 모르는 분야의 기술에 대해 학습하고 사내 구성원들끼리 더 알아가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4월말에 열린 NCDP에서는 프로그래밍·게임 디자인·사운드 등 8개 분야의 42개 강연이 진행됐다. 이후 토론까지 이어지고 대강당에서 저녁 파티까지 이어진다. 이 자리에는 김 대표도 참여해 직원들이 소개한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한다.
회사의 AI(인공지능) 조직은 외부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엔씨소프트의 AI 조직은 매년 'NC AI 데이'를 열고 산학협력 관계에 있는 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을 초청해 연구개발 성과를 소개한다. 지난 2011년 꾸려진 AI 조직은 AI 센터와 NLP 센터가 두 축이다. 총 150여명의 전문 개발 인력이 배치됐다. AI 조직은 'NC의 AI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도구다'라는 정의 아래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원천 AI 기술을 개발한다.
회사는 2018년 세계적 학회인 SIGGRAPH에 'Motion Style Transfer' 기술을 소개했다. 2019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19에서는 딥러닝 기반의 역운동학을 이용한 AI 기반 캐릭터 애니메이션 생성 기술을 소개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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