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서울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에 대한 직영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강남구청이 의료재단에 위탁 기간 만료를 통보한 것은 위법이란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성용)는 참예원의료재단이 강남구청을 상대로 낸 요양병원 위·수탁 기간 연장 통보와 위탁 협약의 기간 만료 통보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참예원의료재단은 지난 2014년 4월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개원한 노인전문병원인 행복요양병원에 대해 5년간 민간 위탁 운영자로 선정됐다. 강남구와 재단은 병원 설립 초기부터 시설운영비 부담을 두고 갈등을 겪었고, 2016년에는 강남구가 소송을 제기해 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후 이 재단의 위탁 기간이 만료되기 전인 2018년 12월 강남구는 민간위탁적격자심사위원회를 열어 출석 위원 9명 중 7명의 찬성으로 연장을 의결했다. 하지만 강남구는 위탁 협약 체결과 기간 연장 적정성에 대해 내부 감사를 벌여 재단에 통보하지 않은 채 연장 여부를 다시 심사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강남구는 재단 대표 등과 지난해 1월28일 면담을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강남구의 직영 방안이 논의됐다.
강남구는 지난해 2월 재단에 "직영 전환 시까지 위탁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알렸고, 재단은 "병원 전체 직원에 대한 불이익이 없이 강남구가 고용을 승계하고, 향후 병원을 직영하지 않고 민간에 다시 위탁하면 참예원의료재단에 위탁해 달라"는 조건으로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강남구는 재단의 조건에 대해 특별한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그해 2월28일 "위탁 기간을 1년 연장하되 기간이 만료되기 전 강남구가 직영을 할 수 있게 되면 즉시 위탁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또 3월26일 "위탁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강남구가 직영 준비를 마칠 때까지만 잠정적으로 위탁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재단은 통보 처분의 근거와 이유, 불복 방법 등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양측이 직영 전환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이에 대해 "직영 전환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상 원고가 연장을 의결한 심사 결과가 함부로 부인되는 근거와 이유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원고 측이 2019년 1월28일 피고를 만난 자리에서 '위탁 기간 연장을 받지 못하면 직원들의 고용은 100% 보장해 줘야 한다'란 취지의 말을 건넸고, 피고도 면담 끝에 '대안에 대해서 검토하겠다'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당시 나눈 대화의 전후 맥락, 원고와 피고가 처분청의 상대방과 처분청으로서 대등한 위치에 있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양측이 나눈 일부 대화만을 가지고 직영 전환에 확정적으로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오히려 원고의 의사는 원고가 제시한 조건을 피고가 수용하지 않는 한 직영 전환에 합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가 그 조건을 수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서울행정법원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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