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산 바이오 플랫폼 기술이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기술 수출을 이끌고 있다. 특정 단일품목의 신약개발에 국한되지 않은 기술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만큼 기업 및 시장 규모 측면에서 현실적 수익성을 폭발시킬 수 있는 기술이전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바이오플랫폼 보유 기업들은 잇따라 대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 기술 특성상 기술이전 성사 이후 파트너사와의 계약상에 명기된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 추가 기술이전이 가능한 만큼 계약 이후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플랫폼 기술은 두 약물 또는 약물과 전달체를 효율적으로 합성하거나, 약물 흡수 효율을 높이는 등의 기반기술을 지칭한다. 신약개발을 위한 특정물질이 아닌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후보물질 또는 이를 활용한 기술인만큼 범용성이 탁월하다. 때문에 플랫폼 기술의 해외 수출의 강점은 비독점 계약이 주를 이룬다는 데 있다. A제약사 약물 흡수력을 높이는 플랫폼 기술을 B제약사에 기술이전 해도, B제약사 품목과 겹치지 않는다면 같은 플랫폼 기술을 C제약사에도 기술이전 할 수 있는 경우가 대다수인 식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고유 항체-약물 복합체(ADC) 기반기술인 'ConjuALL'을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에 기술 이전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ADC 링커·톡신 플랫폼을 활용해 3개 타깃에 대한 ADC항암치료제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권을 갖게 됐다. 비독점적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으로 익수다와 합의된 3개 타깃 이외의 타깃에 대해서는 다른 제약사들과 추가 기술이전 계약이 가능하다. 해당 계약을 통해 레고켐바이오는 선급금 및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4963억원과 별도의 로열티를 받는 권리를 확보했다.
회사 지난해 매출이 600억원 미만(57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기술수출 대박'의 성과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3월에도 같은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의 자회사 밀레니엄 파마슈티컬에 약 45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 한 바 있다. 두 계약을 포함한 총 6건의 계약으로 누적 1조7000억원의 기술이전 계약 규모를 달성한 회사는 매년 3건 이상의 굴로벌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제약사에 1조6200억원 규모 인간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킨 알테오젠 역시 플랫폼 기술의 강점을 잘 살린 경우다. 정맥주사를 피하주사(SC)제형으로 변화하는 원천기술을 활용한 해당 계약으로 수령한 기술이전 계약금 일부(152억원) 만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을 10배 가까이 뛰었다.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 역시 비독점적 계약으로 체결된 만큼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과 추가 기술이전을 논의 중이다.
국내 업계가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것이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앞서 국내 제약사 대형 기술수출 시대를 연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로 대표되는 고유 플랫폼 기술을 통해 굵직한 성과를 냈다. 지난 2012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미국 스펙트럼 기술수출과 2015년 사노피에 수출한 당뇨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투여 횟수와 투여량을 감소시켜 부작용은 줄이면서도 효능은 개선하는 원천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이나 대형사 대비 영세한 국내 업계에 신약 개발 전 단계를 이끄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은 기업이 대다수인 만큼 기술이전은 국내 산업 현주소와 가장 부합한 모델로 꼽혀왔다"라며 "하나의 원천기술로 다수 계약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은 국내 산업 특성에서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연구원이 신약 개발을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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