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서울 성북구에 사는 20대 이 모씨는 자주 이용하던 음식 배달 서비스 대신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 집 부근에 식당에서 주로 끼니를 해결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붙기 시작한 배달료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일반식당에도 배달 서비스가 들어오면서 생긴 배달료가 부당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조금씩 쌓이다 보니 아까워져 픽업 서비스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으로 배달 산업 구조가 복잡해진 가운데 기존에 없던 배달료를 물게 되면서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의 소비자는 현재 배달비에 대해 비싸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어느 순간 갑자기 생겨난 배달료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기 어렵다며, 배달료 책정 기준이 정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지는 지난 17일 모바일 설문 플랫폼 오픈서베이와 전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배달료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조사 결과, 소비자의 76.5%가 배달료는 지금보다 더 저렴하거나 아예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1.2%의 소비자는 평균 배달료인 3000원이 비싸다고 생각했다. 배달비가 지금보다 더 비싸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2.3%에 불과했다.
배달료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 자료/뉴스토마토, 오픈서베이
소비자들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기본 배달료는 1000~2000원 사이였다. 38.5%의 소비자가 이 정도의 배달료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배달료가 아예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29.1%로, 두 번째로 많았다. 1000원 미만은 23.5%, 2000~3000원 사이는 5.7%였다.
배달료가 3000원이 넘으면 주문하지 않는다고 밝힌 노정서 씨(서울 강서구, 20대)는 "3000원 이상의 배달료를 받는 곳은 거리가 먼 곳이기 때문에 음식이 식어 오는 등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돈을 주고 배달을 이용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소비자가 배달료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정해지는지 알지 못했다. 배달 시장에 관한 소비자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배달료를 식당과 지역 배달 대행사가 협의해서 정한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27.6%에 불과했다. 부릉·생각대로·바로고 등 배달 대행 플랫폼이 배달 라이더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비자도 20.4%에 불과했다. 배달 시장이 배달 중개 플랫폼과 배달 대행 플랫폼, 지역 배달 대행사 등을 통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도 절반에 불과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 소비자는 "배달료가 도대체 누구 주머니로 들어가는 건지 알고 싶다"며 "음식점주도 손해라고 하고, 고객도 불만인데 왜 배달료를 내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과연 배달료가 합당한 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단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배달료에 관련해서 한 번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김 모씨는 "배달료 자체가 부과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한 라이더가 한꺼번에 5개씩 배달하기도 하니까 가까운 데서도 음식이 식어서 오고 탄산 김이 빠지는 등 품질도 떨어진다"며 "서비스 비용을 내는 만큼 질적 개선을 위해 한 번에 배달하는 개수 제한을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배달 업계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의 등장으로 음성화돼 있던 배달 시장이 양성화됐다"며 "전에 없던 비용을 내게 된 만큼 소비자의 저항도 있겠지만, 시장이 완전히 양성화되고 배달료가 투명해지면 건전한 배달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17일 오후 진행된 이번 설문은 전국 20~50대 남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총 1000명이 답했으며, 표본오차는 ±3.10%p(95% 신뢰수준)다. 좀 더 자세한 설문조사 결과는
오픈서베이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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