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매출 감소를 핑계로 총판대리점계약을 멋대로 해지하는 등 갑질을 자행한 유명 ‘김’ 업체가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지도표 성경김’으로 유명한 이 업체는 지난 20여 년간 한 솥밥을 먹던 전속거래 총판을 일방적으로 내쳤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성경식품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사건을 보면 이 업체는 지난 2018년 전속거래처 A총판대리점주에게 총판계약 해지를 통보, 물품공급을 중단했다. A총판은 선경식품의 상품만 공급받아 재판매하는 사업자로 다른 사업자와의 거래가 불가능한 전속적 거래관계다.
당시 계약해지 사유로는 영업소홀로 인한 시장성 확보 미흡과 총판계약서상의 판매 능력 부족을 들었다. 또 매출·판매방법 개선에 대한 시정을 2017년 말 통보하는 등 여러번 전달했으나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사유도 밝혔다.
‘지도표 성경김’ 제품으로 유명한 해조류 가공식품 업체 성경식품(대전 대덕구 소재)이 지난 4월 거래상지위남용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사진/뉴스토마토·성경식품 성경김BI
이 후 김 등 제품공급을 중단한 선경식품은 A총판과 거래중인 업체들에 연락해 새로운 총판과 거래할 것을 통지했다.
지난 1996년부터 ‘선경 김’ 총판으로만 활동한 A총판은 ‘영업소홀로 인한 시장확대성 확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인정할 수 없다’며 계약해지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특히 매출감소의 원인과 관련해 거래지역축소에도 불구하고 잔여지역의 매출이 증대됐다고 반박했다.
공정위의 판단은 A총판의 손을 들어줬다.
거래의 일방해소 자체가 불이익에 해당하고, 계약해지도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무엇보다 선경 측이 주장한 ‘영업관리 소홀사항’과 관련해 구체적 입증을 하지 못했다.
영업관리 소홀에 대한 증빙자료가 계약해지통보 후인 2018년 5월부터 2018년 9월 기간 동안 선경 측 전 직원 및 대리점주가 작성한 추상적·일방적 내용의 확인서일 뿐, 객관적 입증자료가 아니라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더불어 A총판이 구체적으로 어떤 물품의 재고를 미확보해 대리점에 물품공급을 원활히 하지 않았는지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매출 감소와 관련해서는 “경기변동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어, 단지 매출액이 다소 감소했다는 사실만으로 A총판의 판매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계약서에는 계약해지의 기준이 되는 매출액 감소금액·감소율 등 객관적 기준도 없어 어느 정도의 매출 감소가 현저한 판매능력 감소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꼬집었다.
더욱이 17개 총판의 매출액 증감을 확인한 결과, A총판의 감소율(-8.1%)보다 B총판의 감소(-16.6%)가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B총판은 계약 해지 없이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업지역 축소로 인한 매출감소도 이를 제외한 2017년에는 전년보다 오히려 6.53% 증가했다. 영업지역 준수의무 위반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도 내놓지 못했다.
즉, 합리적 이유 없이 A총판을 차별하는 등 계약해지 횡포를 자행한 셈이다.
공정위 측은 “4차례에 걸쳐 시정요구를 했다는 선경식품의 주장도 단지 구두로 시정을 요구했다는 말뿐 사실여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시정을 요구했는지 등 객관적 입증을 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거래상지위를 이용해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갑질 사건이 있던 2018년 성경식품은 매출규모 상위 5대 조미김 제조업체 중 매출액·시장점유율에서 2위(1위 동원 F&B)를 차지한 바 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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