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미중 무역갈등 재연으로 희토류 전략무기화 가능성이 대두되지만 전처럼 국내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악재로 전반적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라 시황이 급등할 확률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이 자체 생산을 늘리는 등 비상수급상황에 대비해온데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안전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 우한연구소를 코로나 발원지로 지목하며 양국 갈등이 재발할 조짐이다. 코로나 대응 부실로 공격당하는 트럼프가 대선정국에서 화살을 중국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해 양국 무역분쟁 상황에서 중국이 희토류 금수조치를 시사했던 만큼 우리나라와도 밀접한 자원수급 문제로 관심이 쏠린다.
희토류 가격은 실제 지난해 5월 중국 상무부가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금수조치를 지지하자 일시 급등하는 등 이슈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시황이 저조한 상태다.
전기차, 발전기 모터와 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영구자석 용도 희토류 네오디뮴은 2009년 톤당 1만5000달러 정도였는데 2010년 중국과 일본의 분쟁으로 급등해 2011년 23만달러까지 폭등, 정점을 찍었다. 이후 곧바로 상승분을 반납하고 2019년 약 4만4000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중 분쟁이 희토류 문제로 비화됐던 지난해 5월에는 한달간 8000여달러 뛰기도 했다. 코로나가 창궐한 2월부터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당월 4만2000여달러에서 3월 소폭 하락했다가 4월에는 4만달러 지지선까지 뚝 떨어졌다. 이같은 눌림세 때문에 분쟁이 재발하더라도 급등은 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는 희토류 규제 시 폭등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수요가 부진한 만큼 영향은 덜할 듯하다”라며 “공급충격이 와도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교훈으로 미국과 일본 등 각국이 희토류 생산을 재개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한 정책적 움직임도 가격 완충재가 된다. 미국은 채산성과 환경오염 문제로 자국 매장량에 대한 생산을 중단해왔으나 대중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원안보를 높이고자 채굴 및 생산 다각화 투자를 확대했다. 희토류 생산량을 단기적으로 높이기 어려운 만큼 장기적인 산업 육성정책을 마련, 미국 내 일자리도 제공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하는 데는 이런 목적성이 가미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비해 국내 수급대책이 다소 부실한 점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한국은 희토류 순수입국으로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2017년 기준 42% 이상이다. 금수조치 시 국내 전략 먹거리로 떠오른 △스마트폰, 차세대조명(LED), 디스플레이 등 IT전자제품과 △전기차 배터리, 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군사장비 제조 등에 차질이 생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내 대체재료 개발, 해외탄광 개발, 사용량 저감기술, 회수기술 고도화를 통한 자원순환체계 구축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희토류 전문가는 “국내 대체자원 개발이나 수급처 다변화 노력을 해왔지만 과거에 비해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관련 예산이 줄고 소홀해진 측면이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코로나 책임을 묻는다며 1조달러 상당 관세를 부과를 시사한데 이어 전염병 발원지를 우한연구소로 지목하는 등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AP, 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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