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19일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개헌논의에 "분명히 말하지만 당장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국난극복을 위해 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여당에서도 그렇게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문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을 전후해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뜻을 재차 밝히면서 임기 4년차에 들어선 문 대통령이 개헌을 다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적극 호응했고, 전국 광역시도지사 등 광역자치단체장들도 18일 광주에서 "개헌 시 지방분권 규정을 반드시 반영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언젠가 또 개헌이 논의가 된다면'이라고 했다"며 일종의 전제조건이 붙어있음을 지적했다. 실제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3년 전인 2017년 5월18일 메시지와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진다. 당시 문 대통령은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과 국민들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드린다"며 보다 명확한 개헌추진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청와대의 이러한 입장은 정치권의 개헌논의가 '국정운영의 블랙홀'이 될 수 있는 점을 경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임기 후반기, 코로나19 위기극복에 집중해야할 상황에서 개헌논의로 인해 국정동력이 자칫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기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송영길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헌을 한다고 하면 아주 잘못된 정치적 논쟁이 벌어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 "당장에는 국민적 역량을 코로나 극복에 집중해야 될 시기"라며 개헌 논의 시점을 코로나19 사태 극복 이후로 못박았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개헌동력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는 개헌을 언제든지 '살아날 불씨'로 보고 있다. 1987년 제정된 현행 헌법이 지금의 바뀐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수십년 간 계속돼 왔고, 차기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겹치는 2022년이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 출범 적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여기에 개헌에는 국회의원 재적 3분의2, 즉 2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민주당이 단독 177석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술적으로 정의당(6석), 국민의당(3석), 열린우리당(3석)이 뜻을 모으고 통합당 내 개헌파 의원들의 협조를 확보한다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개헌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7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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