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로 여객 수가 급감하며 항공사들이 화물로 겨우 버티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갈등으로 이마저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 여파로 환율이 오르는 것도 걱정거리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료, 항공유 등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부담이 커진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승객이 줄자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중심으로 항공사들은 화물기를 늘렸다. 노선 운항이 멈추면서 남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해 활용한 것이다.
코로나19로 각종 운송에 차질이 생김에 따라 화물료도 오르면서 실제 항공사들은 화물 덕을 톡톡히 봤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 1분기 여객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2.7% 줄었지만 화물은 0.5% 소폭 늘었다. 최근 5분기 중 최고 성적이며 덕분에 전체 영업손실도 연결 기준 800억원대에 그쳤다. 앞서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이번 분기 2000억원대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화물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소폭 오르며 여객 부문 부진을 상쇄했다.
이처럼 항공사들에 믿을 건 화물만 남은 상황인데 미·중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이마저도 위태한 상황이 됐다. 실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항공사 실적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두 국가의 무역 전쟁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2분기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실적 감소로 각각 986억원, 124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시 미국은 중국 화웨이와 70여개 계열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압박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운항을 멈춘 여객기에 화물을 싣는 모습. 위부터 대한항공 여객기,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뉴시스
이번에도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으로, 이로 인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운송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간 10조원 규모로 화웨이에 수출하는 D램·낸드플래시의 경우 제품 크기도 작고 신속한 공급이 중요해 100% 항공으로 운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물량 타격이 클 전망이다. 이밖에 국내 항공사들의 주요 운송 품목은 무게가 비교적 가벼운 휴대폰 등 전자·IT 기기로 알려져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불안 확산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도 항공사들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국적사 대부분은 항공기를 금융 기관을 통해 리스해 사용하는데 금융리스료는 달러로 지불하기 때문이다.
항공사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인 유류비도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에 따라 원/달러가 10원 상승할 경우 대한항공은 920억원가량, 아시아나항공은 340억원가량의 외화평가손실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 편을 들 경우 국내를 방문하는 중국 여행객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드(THAAD) 때처럼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 제한 등의 강경 조치를 할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며 "6월부터 중국 노선 재개를 준비하는 항공사들이 많아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