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시스템이 곳곳에 자리 잡았다. 수업부터 직장 업무까지 모든 게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당초 사회 시스템이 코로나19로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은 기우였다. 앞으로는 디지털 역량이 한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할 척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 전환을 가장 선도하는 분야는 '금융'이다. 불과 몇 년 사이 금융업무를 보기 위해 오프라인 점포를 오가는 경우는 손에 꼽히는 일이 됐다. 스마트폰을 통해 대출부터 생체인증을 통한 간편 결제까지 가능하니 말이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금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불안감이 앞선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부정결제 이슈가 연이어 터지고 있어서다. 약 1000만원의 부정결제가 나타난 ‘토스 사태’에 이어, 최근 카카오뱅크에선 고객의 체크카드를 통해 7차례 부정결제가 발생했다. 비씨카드의 간편결제 플랫폼 '페이북'에서도 도용 정보로 부정결제가 일어났다는 피해자가 등장했다.
이같은 금융 사고가 계속되는 가운데 소비자의 불안을 키우는 것은 금융업체 탓이 크다. 금융업체들은 자사 전산망에서 정보가 직접적으로 유출된 게 아니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초 카카오뱅크는 피해를 입은 고객이 보상을 요구하자 결제 과정상 문제가 없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이후 피해자가 여러차례 해외 결제에도 고지가 없었다는 문제를 지적한 뒤에야 보상을 제공키로 했다.
비씨카드는 여전히 부정결제 보상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피해 고객은 스미싱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뒤, 도용자가 해당 정보를 활용해 페이북을 가입하고 나서 문자본인인증만 거치면 카드번호 없이 결제할 수 있는 체계로 부정결제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카드사 측에선 결제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피해자는 호소했다.
금융 혁신의 또다른 말은 '보안'이나 다름없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말마따나 국민의 재산이 지켜진다는 신뢰가 없다면 디지털 금융 혁신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금융업체들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안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저촉되지 않는다고 금융사고 피해를 회피한다면, 그 누가 혁신이라고 인정하겠는가. 혁신의 뿌리는 '신뢰'에서 자라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응태 금융부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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