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소상공인·배달노동자·소비자시민단체들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의 기업합병이 배달앱 시장 독과점의 폐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우려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승인 불허를 요구했다. 이미 배달앱 3사가 시장을 10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데, 한 회사가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장 획정을 분명히 하는 등의 방식으로 배달앱의 독과점과 불공정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벌개혁경제민주화넷·한상총련·가맹점협회·서비스연맹·민변 민생위·참여연대가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반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배한님 기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정위의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심사 관련 의견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연대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공정위가 진행 중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의 기업결합을 반대하며, 기업결합이 성사되면 배달앱 시장에서의 독과점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들은 배달의민족이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합병으로 독점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수수료 체계 등 계약 조건을 어떤 식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호준 한상총련 가맹대리점분과 위원장은 "국내 배달 주문 결제 앱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으로 주로 3개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99%에 이른다"며 이미 시장이 독과점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배달의민족은 B마트에서 자체 PB 상품 등을 취급하며 음식 배달에 머물지 않고 제조·유통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시장 지배력이 늘게 되면 향후 배민 치킨·배민 피자가 안 나오리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도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에서조차도 기업의 독과점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수수료와 불공정 거래 행위 통제 방식도 이들의 기업결합을 용인한다면 작동할 수 없어 소상공인들은 구제 불가능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도 "현재도 배달 플랫폼 기업의 정보 독점을 기반한 무분별한 시장 진출로 기존 법체계에서는 이들을 규율하기 어렵다"며 "플랫폼 공정화법 등으로 이들의 불공정 행위를 규정하고 사전 협의 절차를 두는 등 법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공정위는 현재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입법을 예고한 바 있다.
배달앱 시장을 '배달앱을 통한 음식 서비스 시장'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공정위와 배달앱 측은 배달앱 시장 획정 부분에서 가장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관련 시장이 확실하게 정해져야 기업결합 시 독과점 발생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준철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시장을 배달앱을 통한 음식 서비스 시장으로 구분하면 3사의 시장 점유율이 99%로 파악되는데, 이렇게 되면 공정거래법에 의해 기업결합 불승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회사들은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음식 서비스 시장으로 시장을 보고, 3사의 점유율이 50%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는데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승인을 받기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배달 노동자들도 기업이 독점 지위를 획득한다면 중소상인·배달 노동자와의 상생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성종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조 대외협력실장은 "플랫폼 기업의 정책은 라이더의 노동 조건, 환경 영향을 주는 것이 많은데 독점 기업이 된다면 우리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며 "라이더 입장에서 기업결합은 희망보다는 우려와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측은 다만, 독점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마련된다면 입장을 다시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배민 라이더스 지회를 설립하고 현재 우아한형제들 측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 기업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실장은 "중소상인이나 노동자, 소비자 등 이해 관계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사회적 책임을 지는 아주 각별한 약속을 낸다면 고민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 등 기자회견을 주최한 단체들은 이날 오후까지 각 단체별로 공정위에 심사 관련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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