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던 SK바이오팜이 성공적으로 증시에 안착하면서 한껏 고무된 바이오업계가 하반기 줄줄이 상장 추진에 나선다. 원활한 외부자금 확보를 통해 신약개발에 속도감을 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모두가 SK바이오팜의 성공 사례를 따를 순 없다는 신중론 역시 공존하는 분위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SK바이오팜과 위더스제약, 소마젠, 제놀루션 등 4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상장한 가운데 상장 예비심사 통과 및 심사 청구 기업 등 10여개에 달하는 바이오기업들이 연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신약 개발에 치우쳤던 사업 분야 역시 진단부터 백신, 마이크로바이옴, 차세대 의료기기 등으로 확대된 모습이다.
이날 기준 상장 예비심사 청구승인을 획득한 기업은 박셀바이오와 이오플로우, 압타머사이언스, 피플바이오 등이다. 박셀바이오는 글로벌 항암치료제 분야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NK세포 항암면역치료제, 이오플로우는 인슐린 패치를 필두로 한 웨어러블 약물주입기(의료기기)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 중이다. 압타머사이언스(다양한 병종 대상 진단키트 및 기술)와 피플바이오(혈액 기반 진단키트 연구개발)는 진단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꼽힌다.
예비심사 청구 단계에 있는 기업들의 사업 분야도 다채롭다. 세포치료제를 비롯한 생명공학제품 연구를 주력으로 하는 에스바이오메딕스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고바이오랩, 백신 개발사 큐라티스, 싱가폴 국적의 바이오시밀러 기업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역시 국내 상장을 준비 중이다.
다양성을 갖춘 바이오기업들의 상장 잰걸음에 더욱 기대감이 실리는 배경으로 하반기 시작과 함께 잭팟을 터트린 SK바이오팜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IPO 가시화 시점부터 관심을 모았던 SK바이오팜은 상반기 코로나19 여파에 다수 기업이 일정을 연기했던 것과 달리 상장 절차를 강행했다. 이미 2종의 FDA 허가 품목을 보유해 올해 최대어로 꼽히는 등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상장 추진의 바탕이 됐다.
SK바이오팜은 결과로 자신감을 증명했다. 공모주 청약 단계부터 이틀 동안 31조원의 청약 증거금과 323대 1이라는 경쟁률로 지난 2014년 제일모직이 세운 기록(증거금 30조640억원, 경쟁률 194.9대 1)을 갈아치우며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다. 그 배경에 'SK'라는 이름값과 회사 본연의 경쟁력이 근간이 되긴 했지만, 한동안 주춤했던 바이오업종 전반에 대한 시장 신뢰가 회복됐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같은 시기 상장한 소마젠과 제놀루션의 기업가치 상승 역시 후발 주자들의 행보에 기대감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다만, 바이오 기대주 홍수 속 신중론도 존재한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 및 외부자금 유입은 신약 또는 의료서비스 개발이라는 목표 달성에 필수 요소지만, 자칫 범람하는 상장 기업 속 산업 신뢰도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 기업들의 저조한 결과 도출에 산업 신뢰도가 크게 흔들렸던 만큼, 분위기에 편승한 자금 유입이 양날의 검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바이오벤처들이 심사 조건을 통과한 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수혈받는 부분은 결코 부정적으로 볼 부분은 아니지만 앞서 실패 사례들이 존재했던 만큼 시장과 기업 모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일부 기업들의 실패에도 꾸준히 성과가 이어지며 산업 신뢰도가 차츰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 상장 기업의 등장은 또 한 번의 옥석가리기라는 과제를 만들기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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