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코로나 블랙홀에 안 빠지려면 ‘거마손’
2020-08-24 06:00:00 2020-08-24 06:00:00
세계는 지금 코로나 전쟁 중이다. 한국도 K-방역이란 신종무기로 이 신종 감염병과 싸우고 있다. 코로나 전쟁을 치르지 않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이 전쟁은 각 나라별로도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세계 모든 나라가 함께 이겨야만 진정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전쟁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승리다. 전쟁에는 적과 아군이 존재한다. 적을 궤멸시켜야만 승리할 수 있다. 코로나 전쟁에서 적은 누구인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인가.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니다. 코로나 전쟁에서 적은 바로 인간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 교회에서, 직장에서, 해수욕장에서, 광장에서, 식당에서, 카페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방역수칙이 곧 전투수칙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투 현장에 데리고 오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모르는 사람일수도 있고 우리 이웃일 수도 있고 친구나 가족, 직장 동료, 같은 신도일 수도 있다. 
 
바이러스 그 자체는 이동 능력이 없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갈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바이러스 운반체는 인간이다. 코로나 전쟁에서 적은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 가운데서도 보균자이면서도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하지 않고, 마스크를 썼지만 턱에 걸치고,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을 때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말을 할 때면 마스크를 벗고, 노래나 찬송가를 부르면서 마스크를 벗는 모든 사람이 우리의 적이다.
 
사이비 거짓 믿음에 빠진 일부 광신도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인간에게 ‘666’이란 짐승의 표식을 하나님이 한다고 횡설수설한다. 그런 외침을 길거리에서 가끔 들을 때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에게 어떤 확실한 표식이라도 나타난다면 우리가 코로나 전쟁에서 어렵지 않게 승리할 수 있을 텐 데라는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지금까지 거의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염병 세상을 만나고 있다. 대부분의 감염병은 고열과 기침, 얼굴과 몸에 나타나는 반점과 물집 등 다양한 형태로 인간에게 표식을 남겼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아예 이런 표식을 남기지 않거나 표식을 남기더라도 너무나 자주 보아온 일반적인 표식이어서 이를 코로나19 때문이라고 여기기 어렵다. 이는 그만큼 적을 식별해서 물리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 같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계속 패배를 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인 미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남아공 등 많은 나라들이 사실상 코로나 블랙홀에 빠졌다. 코로나 블랙홀은 한번 빠지면 쉽게 탈출하지 못하는 특성을 지녔다. 확진자수와 사망자수가 일정 이상 되면 그것을 단시간에 확 떨어트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티핑포인트가 어느 순간인지 명확한 수치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말해보라면 우리나라의 경우 하루 확진자 수가 1천명 이상 나오거나 2백~3백 명 이상의 확진자수가 열흘 내지 2주일 이상 계속되는 수준이 아닐까싶다. 그 정도 숫자가 나온다면 코로나 블랙홀 입구에 다다랐다고 보면 된다.
 
코로나 블랙홀에 빠지면 모든 것이 마비된다. 어찌 보면 이것을 우리는 더 두려워해야 할 것 같다.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스포츠, 관광, 국제교류 등이 사라지거나 비정상적이 된다. 일상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스트레스와 우울이 쌓여 코로나블루가 만연하게 된다. 가정과 사회에서 폭력과 시비가 잦게 된다. 아직 코로나 블랙홀에 빠져본 적이 없는(대구·경북 신천지 사태 때 그 직전까지 간 적이 있음)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여러 유럽 국가, 브라질, 인도 등은 블랙홀에 잠시 빠진 적이 있거나 아직도 그곳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아직도 경제 주름살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백신이 없더라도 코로나 블랙홀에 빠지지 않는 길은 분명 있다. 이는 정치 지도자나 방역  당국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실은 시민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 방역 당국이 아무리 좋은 승리 전략을 짜고 앞장서 ‘돌격 앞으로’를 외쳐도 시민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블랙홀에 빠지지 않는 왕도는 없다. 이제는 잠꼬대를 할 정도로 많이 들어온 방역수칙 3가지 ‘거마손’, 즉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잘 쓰기, 손 씻기 등을 고지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가 유행한 지도 벌써 8개월이 됐다. 많은 시민들이 지쳐가고 있다. 아니 지칠 때로 지쳤다. 이것을 극복하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방심하지 않는 것이 현재로서는 우리의 생명을 구하고 사회 안전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백신이다.
 
안종주 단국대 초빙교수·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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