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 등을 수사한 검찰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와 달리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 이후 각계 의견을 듣고, 권고 취지를 반영해 일부 기소 범위를 조정하는 등 2개월이 넘는 내부 논의 끝에 이번 사건에 대한 처분을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심의위원회 제도의 취지는 사회 각 분야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수사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므로 금융·회계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자본시장법 등 관련 전문가 의견을 추가로 청취한 후 권고를 종합해 사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은 수사팀과 견해를 달리하는 전문가를 포함해 30여명 상당의 외부 법률·금융·경영·회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했다.
특히 상법·자본시장법과 경영·회계학 전공 교수들의 의견에 따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삼성물산 경영진들이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의무를 위배한 점을 배임 행위로 의율했다.
이들 교수는 불법 합병과 관련해 '이사들이 회사나 주주들의 이익이 아니라 그룹 총수 이익을 위한 합병임을 명확히 알면서 찬성을 결의한 것은 선관의무·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부정한 수단·계획·기교 사용)는 포괄금지규정으로 도입된 입법 취지에 비춰 이 사건 사안에 적용하는 것이 적정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
또 회계 부정과 관련해서는 '현행 회계기준이 원칙 중심 회계라고 하더라도 회계방식의 임의 선택은 불가하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사후 처리를 위한 고의적 분식회계에 해당한다' 등의 의견도 제시됐다.
이와 함께 '총수들이 유죄 선고된 35개 기업, 319개 계열사들을 분석한 결과 총수 검찰 수사·기소·유죄 선고는 기업 주가, 경영, 국가 경제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내용으로 총수의 처벌과 기업 경영, 국가 경제에 대한 영향력은 적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아울러 수사팀은 금융·기업 수사 전담 등 서울중앙지검 내 해당 파트 전담 부장검사 10여명의 논의를 거쳐 내부 의견을 수렴했다. 이들 부장검사는 1주일에 걸쳐 범죄사실을 포함한 1200쪽 이상의 주요 수사기록을 검토했으며, 피고인들에 대해 기소와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일치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이러한 의견 청취 결과 △기업집단의 조직적인 자본시장 질서 교란 범행으로 사안이 중대한 점 △객관적 증거로 입증되는 실체가 명확한 점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는 점 △총수 이익을 위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무시한 배임 행위의 처벌 필요성이 높은 점 등 종합해 이 부회장 등 책임자에 대한 기소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 취지를 반영해 일부 범행의 실무자들은 기소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수사팀은 "기소 범위에 대해 실제 심의위원회에서 법률적 지적도 있었지만, 국가 경제의 어려움과 삼성그룹의 위치 등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들었다"며 "하위직이지만, 현직 실무자를 기소하면 그런 부분에서 장애가 있을 것이란 판단으로 불기소 취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부회장의 신청에 따라 지난 6월26일 열린 수사심의위원회(현안위원회)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이 부회장과 김 전 팀장, 삼성물산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 등 안건을 심의해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했다. 다만 불기소 권고의 이유와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부의할지를 결정하는 검찰시민위원회가 열린 지난 6월11일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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