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너, 묘생이 뭐라고 생각하냐.” 반려묘에게 코끝을 맞댄 남편은 늘 이렇게 아침인사를 건네곤 했다. 몇 년 뒤 남편과 고양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책은 사랑하던 사람과 반려묘를 모두 잃은 뒤 삶의 의미를 더듬어 간 저자의 기록이다. 좋으면 부비고, 옳지 않을 때엔 인상 쓰고, 내키면 놀아 보고, 억지로 웃지 않는 묘생은 인간의 삶과 많이 닮아있음을 깨닫는다. 고양이다운 삶에서 ‘나 다운 삶’, ‘삶의 참의미’를 발견하는 저자의 잔잔한 추억들이다.
묘생이란 무엇인가
이영경 지음|고래가숨쉬는도서관 펴냄
다큐멘터리 감독인 저자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부모의 수화언어와 세상의 음성언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반짝이는 박수 소리’란 다큐 작품에 담아 한국사회의 ‘정상성’과 그 기준에 의문을 던져왔다. 책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필름 아카데미에 입학한 저자의 ‘한국 낯설게 보기’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다름을 포용하려는 시도, 그 시도를 존중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이길보라 지음|문학동네 펴냄
수술 중 사망한 주인공 아나톨은 천국의 법정에 도착한다. 그곳의 판사, 검사, 변호사는 그의 삶을 돌이켜보며 다음 생을 결정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원제는 ‘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베르베르가 ‘인간’ 이후 다시 한 번 시도한 이 희곡은 2015년 프랑스에서 처음 책으로 출간돼 4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생과 사, 죄와 벌에 관한 물음을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과 언어유희로 재치 있게 풀어냈다. 영혼과 천사의 시선으로 인간을,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
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열린책들 펴냄
스무살 한국인 ‘설희’는 호주 할머니 ‘셜리’들의 클럽에 가입을 신청한다.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들은 재미와 음식, 우정을 나눈다. 할머니들은 셜리를 아끼고 감싸주며 어려움에서 구해준다. 사랑을 찾는 용기를 주고 부모를 이해했던 경험을 전한다. 책은 피부색과 세대를 초월해 연결, 연대,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박준 시인은 “이 소설을 읽는 것은 같은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다른 기쁨과 같은 슬픔을 만나는 일”이라고 평한다.
더 셜리 클럽
박서련 지음|민음사 펴냄
2010년 200주 동안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새 장편으로 돌아왔다. 번역 일을 하는 프랑스의 기혼 여성 이자벨과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파리로 여행 온 미국 남자 샘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흔히 ‘불륜’, ‘외도’로 치부되는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으나, 책의 메시지가 일차원적이지는 않다. 운명적 끌림, 만남과 헤어짐,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를 60개국 여행자인 저자의 경험과 독특한 필치로 풀어간다.
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조동섭 옮김|밝은세상 펴냄
1985년 설립된 블랙스톤은 칼라일 그룹, 콜버그 크래비츠 로버츠와 세계 3대 사모펀드사로 꼽힌다. 올해 코로나 여파에도 4월 기준 운용자산 5380억달러(660조원)에 이르는 업계 1위로 우뚝 섰다. 저자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블랙먼데이, 닷컴버블 붕괴, 9.11테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침체기를 겪으면서도 손실 없이 회사를 키워왔다. ‘묻지마 투자’보단 ‘객관적 리스크 평가’ 기반의 투자를 설파한다. 50년 간 금융업계의 경험담도 전한다.
투자의 모험
스티븐 슈워츠먼 지음|이경식 옮김|비즈니스북스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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