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의대 정원 증원·공공의대 설립을 놓고 갈등을 빚던 정부와 의료계가 집단 휴진 15일 만에 합의했으나 진통은 여전한 모습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과 의협 집행위원회가 정부합의에 대한 독단적 결정을 내렸다며 합의 무효와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의협 회장은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9층 회의실에서 만나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의협과 협의하기로 했다. 의협과 민주당의 정책협약에 따라 구성되는 국회 내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존중하기로 했다.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도 않기로 했다.
아울러 지역수가 등 지역의료지원책 개발, 필수 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의 실질적 개선, 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등 주요 의료현안을 의제로 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하고 복지부가 논의 결과를 적극 반영하고 실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의협이 문제 제기한 4대 정책(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비대면진료)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복지부와 의협이 상조 공조하며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즉각 진료 현장에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장관은 "대화와 협의의 장으로 들어오기로 한 대한의사협회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제 그동안의 갈등은 접어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합심하여 코로나19 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합의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물리력 행사로 인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합의서에 서약하지 못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합의 장소인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최 회장과 의협 집행위가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합의 무효와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일련의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전협 비대위는 오후 3시 비대위 인스타그램 계정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에서 대전협 입장을 밝히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정부와 의협간의 최종합의안이 사전에 비대위 측에 전달되지 않았으며 이에 동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특히 당초 서명식이 예정됐었던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는 수십명의 전공의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해당 장소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들은 "졸속 행정도, 졸속 합의도 모두 반대한다"고 항의했다. 때문에 복지부는 서명식 장소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의협 구조는 회장이 독단행동을 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며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 회의를 통했고, 혼자 임의로 한 게 아니다. 절차적 정당성을 거쳐 의협이 단일안을 만든 뒤 협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능후(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에서 서명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합의문>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제도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지역의료, 필수의료, 의학교육 및 전공의 수련체계의 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1.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한다. 이 경우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협약에 따라 구성되는 국회 내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존중한다. 또한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
2.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역수가 등 지역의료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의 실질적 개선, 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등 주요 의료현안을 의제로 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한다. 보건복지부는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실행한다.
3.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가 문제를 제기하는 4대 정책(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협의체에서 논의한다.
4.코로나19 위기의 극복을 위하여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긴밀하게 상호 공조하며 특히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한다.
5. 대한의사협회는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진료현장에 복귀한다.
2020. 9. 4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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