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하반기 대어급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증권사들이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우수 고객 등 기존 고객에 우대 혜택을 주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소액 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에서 소외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갈수록 돈이 많은 '슈퍼 개미'들에게만 유리한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오는 10월 공모주 청약부터 개인고객의 우대조건을 확대·변경할 방침이다. 우대 혜택을 받게 되는 투자자는 KB금융그룹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KB스타클럽 MVP·로얄등급으로, 대상 고객의 청약한도는 기존 2배에서 2.5배로 늘어난다.
예컨대 오는 10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 예정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청약 한도가 1억원이라면 우대 고객의 경우 기존 2억원에서 2억5000만원까지 공모주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전월말 총자산 1억원 이상 보유한 고객에게 주어졌던 자산조건도 전월 평균잔액 1억원 이상인 고객으로 바뀐다.
KB증권 측은 공모주 청약한도 변경에 대해 "우수고객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여타 증권사들도 슈퍼개미 등 우수고객 유치를 위해 청약한도를 200~300% 적용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청약일 직전월 3개월 자산 평균잔액이 1억원 이상이고 청약일 전월 말일 잔고가 5억원 이상인 ‘최고우대’ 고객에 대해 일반고객 청약한도의 300%를 적용하고 있으며 NH투자증권은 장기연금형상품에 직전월말 3개월평잔 매수잔고로 1800만원 이상 보유한 고객에 청약한도의 250%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 역시 자산평잔이 1억원 이상인 우수고객이나 급여이체, 연금계좌 보유 고객에 200% 우대혜택을 주고 있다.
공모주는 개인투자자가 납입한 증거금과 경쟁률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 받는 형태로, 통상 청약 증거금이 많을수록 배정 물량 역시 함께 커진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우대혜택은 슈퍼개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금융당국에서는 소액 투자자가 소외되는 현행 구조를 바꾸기 위해 추첨제 배정 등의 방식을 검토하고 있지만 증권사에서 관련 제도를 내놓은 곳은 아직 없다. 소액 투자자의 경우 높은 문턱으로 공모주 청약에 성공하기가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아직 (소액청약 우대, 추첨배정 등의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도개선 필요성에 대해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투자를 많이 하는 우수고객에 대한 혜택을 무작정 축소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분별한 제도 완화는 오히려 빚투(빚내서 투자)를 조장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청약 제한을 둔 곳도 있다.
미래에셋대우(006800)는 내달 청약 분부터 청약 기간 내에 영업점 창구에서 계좌를 개설시 청약을 할 수 없도록 제한키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비대면 채널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결정이다.
하지만 MTS 사용이 어려워 영업점 창구를 찾는 고연령층이나 금융소외계층에게는 문턱이 더 높아졌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카카오게임즈의 일반 공모주 청약 결과 영업점을 이용한 청약고객은 13%를 차지했으며 60대 이상 투자 고객도 14.9%를 기록했다. 1인 평균 청약자금은 70대가 3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비대면, 은행다이렉트, 온라인 계좌의 경우 청약 기간 중 개설했더라도 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표/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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