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코로나19가 길어지고 있는 중에도 5대 상장 건설사의 3분기 실적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5대 상장사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 총액이 지난해 3분기보다 높다.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있지만 건설산업은 그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모습이다. 이는 그간 주요 건설사들이 해외 매출을 줄여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해외 저가 수주로 곤욕을 치른 건설업계가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국내 매출 비중을 높인 점이 코로나19 시대에는 약이 됐다.
개별 기업으로 봐도 실적이 눈에 띄게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삼성물산은 매출액 추정치가 7조538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7조7346억원보다 소폭 줄어들 전망이지만 영업이익은 2163억원에서 2427억원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영업이익은 감소하지만 매출액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림산업과 GS건설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가 하반기 들어 국내에서 재확산되고, 세계적으로도 일일 확진자가 30만명을 넘는 등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큰 타격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이는 우리나라가 방역에서 비교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이 국내 매출 비중을 높여온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대림산업은 상반기 매출 중 83%를, GS건설은 79%를 국내에서 채웠다. 대우건설은 78%가 국내 매출이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각각 65%, 61%였다. 5대 상장사 모두 매출의 절반 이상이 국내분이다.
해외에선 지역간 이동 제한, 공사 현장의 코로나19 발병 등으로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에선 공사가 멈춘 사례가 드물다. 이는 매출에 반영되는 기성금 회수와 직결돼 있는 문제다. 대형 건설사의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덕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과거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이며 손실을 낸 바 있는데, 그 이후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줄어든 점이 코로나19 시대에는 실적을 방어하는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감이 확보돼 있는 수주산업 특성과 더불어, 선별 수주로 해외 매출을 줄여온 점이 코로나19에도 실적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경제 충격이 현실화할 경우, 이에 따른 충격이 2~3년 뒤에는 건설산업에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민간 건설 투자와 해외 발주 감소가 뒤따라 일감을 새로 쌓기 어려워지고, 수주잔고가 줄어들면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도 하락할 수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일감이 부족해지면, 수주를 위해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는 지금 당장의 충격은 적지만 수주 환경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쇼크가 2~3년 뒤에 올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국내 한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