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국내 중견조선소 대선조선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임직원 급여를 절반만 지급했다. 내년 말까지 일감을 확보했지만 건조가 모두 끝나야만 대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현급 유입액보다 고정비성 유출이 컸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선조선은 지난 10일 9월 임금을 절반 밖에 지급하지 못했다. 유동성 위기에 임금 지급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건조할 일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선조선은 현재 11척의 수주잔량을 확보한 상태다. 도크가 꽉찬 것은 아니지만 일단 내년 말까지는 조선소를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국내 조선소는 대부분 선박 건조 대금의 60%를 인도시에 지급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결국 선박 인도까지는 조선소가 건조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건조비용이 없다고 선박 인도를 미룰 수도 없다. 건조가 지연될 경우 조선소는 선주 측에 지체보상금(LD)을 지급하게 되는데 이는 비용부담뿐만 아니라 고객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국내 중견조선소 대선조선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임직원 급여를 절반만 지급했다. 사진/뉴시스
대선조선 2020년도 반기보고서를 보면 상반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7억원으로 작년 말 49억원보다 늘었지만 선박 인도 등의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다. 수치상의 변동일뿐 실제로 여유자금이 늘어난 건 아니다. 조선소는 현금 확보를 위해 금융권에 선박 인도를 담보로 대출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가로막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대선조선이 현금을 확보할 방법은 신조 수주밖에 없다. 전체 건조대금의 10~20%인 선수금으로 건조비용과 임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대선조선은 채권단 관리 하에 RG(선수급환급보증) 발급 기준이 되는 '수주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수주 가이드라인이 완화돼도 수주할 물량이 없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발주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형조선사도 물량 부족으로 도크를 채우는데 힘겹다. 중국의 무분별한 저가수주에 일감 확보가 한층 더 치열한 중형시장은 그야말로 대기근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상반기 중형선 발주량은 24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대선조선의 올해 수주량은 4척으로 지난 2017년 대비 45%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월 임금도 100%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 업계에선 지금처럼 채권단이 까다로운 수주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수주 부진으로 10월 임금 지급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더 나아가 현재 추진 중인 대선조선 M&A(인수합병)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은 등 정책 금융 기관에서 수주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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