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천절과 한글날 도심권 집회가 금지되고, 신고된 집회에 대해서도 금지 통고가 내려진 가운데 보수단체들이 또다시 이러한 처분을 중지해 달라는 신청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지난 광복절 집회 사례를 볼 때 법원이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15일 "법원은 불법 집회 가능성을 판단할 텐데, 선례가 있는 마당에 보수단체들의 주장을 신뢰하고 집회 불허 집행 중지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집회가 불법으로 될 수도 있고,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이라 부정적으로 보고 명확히 불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을 역임한 이재화 변호사도 "법원이 순진하게 판단했다가 대혼란이 일었으므로 판사들도 어떻게 판단할지를 다 알 것"이라며 "공공의 안녕이 우월하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아는데,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사들이 극우단체 집회의 생리를 몰랐다가 자신들의 실수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판결에 대해 뭐라 할 수 없지만, 집회를 허용하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 역시 "지난 광복절 집회가 신고된 내용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적 손해가 발생했다"면서 "그런 것을 고려하면 법원에서 집행 중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지난번에는 소규모로 집회를 허가해 주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커질 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전례가 있어 아마도 판사들이 쉽사리 허가해 주지 않을 것 같고, 허가한다고 해도 조건을 상당히 많이 붙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피해자가 사실은 자영업자, 일용직 등 어려운 사람이므로 일자리가 없어지고, 문을 닫아야 하는 그러한 상황을 고려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집회와 시위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너무 무책임하게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최 측과 협의해 집회 참가자 수를 줄여 진행자만 단상에 오르고, 나머지는 유튜브로 보는 등의 방식으로 규모를 축소하고, 최소한의 수준에서 상징적이라도, 대중이 적게 모이더라도 발언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집회 금지 통고 전 충분히 협의하고, 그것이 안 되면 금지해야 한다"며 "지난 광복절 집회 당시에도 법원에 결정에 상응하도록 행정력을 동원해야 했는데, 너무 무능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감염병예방법 제49고 제1항 제2호에 따라 전 지역에서 개최되는 10인 이상의 집회를 다음 달 11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고시했다. 만일 이를 위반하면 감염병예방법 제80조 제7호에 따라 집회 주최자와 참여자에 대해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3일 기준 개천절과 한글날 신고된 도심권 10인 이상 집회 총 48건에 대해 모두 금지 통고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지난달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집회 금지 조치 집행이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보수단체들이 낸 신청 10건 중 2건을 인용했다. 특히 일파만파가 신청한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신고된 집회 시간보다 실제 집회 시간은 4시간~5시간으로 비교적 짧고, 100여명의 소수 인원이 참석해 거리 두기에 어려움이 없다고 봐 집회를 전면 허용했다.
하지만 실제 광복절 집회에서는 수만명이 모여 코로나19 재확산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광복절 서울 도심 집회와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2명이 늘어난 총 581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근 사흘 연속 100명대 초반을 기록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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