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항공사들이 마스크를 거부하는 승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승객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기내 난동까지 부리면서 항공기를 회항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의 탑승을 거부하는 항공사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에선 대한항공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승객의 탑승을 거부한다는 방침을 최근 밝혔다. 이에 따라 승객이 탑승 전후 마스크 착용을 지속해서 거부하고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면 경찰에 인계한다. 마스크 거부 이력이 있는 승객은 향후 대한항공을 아예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외국 항공사 중에는 특히 미국 항공사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승객을 강하게 제재하고 있다.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카항공 등은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승객이 앞으로 자사 항공기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며 델타항공은 실제 마스크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승객 240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사들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가운데 이를 거부하는 승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사진/뉴시스
"안 쓰면 강제 하차"…항공기 돌린 사례도
이처럼 항공사들이 마스크 착용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를 거부한 승객 때문에 회항하거나 임시 착륙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 지역 언론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지난 12일 디트로이트공항에서 LA공항으로 가기 위해 이륙하려던 여객기를 회항시켰다. 한 승객이 탑승 후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행 이륙 시간은 예정보다 약 30분가량 지연됐다. 델타항공 대변인은 "이 항공기는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승객을 게이트 밖으로 내보낸 후 재이륙했다"고 밝혔다.
일본 피치항공도 최근 비슷한 이유로 엉뚱한 곳에 임시 착륙하는 사태를 겪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7일 홋카이도 구시로공항에서 오사카 간사이공항으로 이동하는 피치항공 여객기에서 한 남성은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며 소란을 피웠다. 이 승객은 출발 전부터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고 승무원이 거듭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자 고함을 지르고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장은 항공법상 '안전저해 사태'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중간인 니가타공항에 임시 착륙한 후 승객을 강제로 내리게 한 후 다시 이륙했다.
항공사들이 마스크 관련 조치가 과하다며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기내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 마스크를 내린 2세 아기와 엄마를 강제 하차시켰다. 엄마가 마스크를 다시 씌웠음에도 하차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지며 제재가 과했다는 지적이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탑승구 앞에서 런던행 비행기를 타는 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승무원들 "주변 승객도 불안"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도입하며 대부분의 항공사는 △음식이나 약을 먹을 때 △영·유아 △호흡기 질환이 있어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승객은 예외로 뒀다. 하지만 해석상 차이가 있어 서비스 현장에서 이런 논란거리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고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청해야 하는 승무원들의 고충도 크다. 승객의 상황을 고려해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지 않으면 주변 승객들이 불안하다며 컴플레인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국적사 한 승무원은 "규정이기도 하지만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고객은 주변에서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며 "혹시나 누가 사진을 찍어서 VOC(고객의 소리)에 올리기라도 하면 정말 난감해진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항공사들은 철저한 기내 방역을 통해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아울러 내부 공기 순환 시스템과 헤파필터(HEPA filter)라는 바이러스 여과 장치가 있어 공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들과 접촉을 통한 감염까지는 막기 힘들기 때문에 마스크를 되도록 벗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분당 차병원 연동건 전문의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항공기에서의 코로나19 무증상 감염' 논문에서 "화장실 내 오염원 등으로부터 전염이 될 수 있다"며 "화장실 커버를 닫고 물을 내리거나 접촉면 위생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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