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미국 3대 음악시상식 중 하나인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s)'가 올해 처음 K팝 부문을 신설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나옵니다.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성과를 인정한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선 막대한 팬덤 기반의 특수성을 고려해 견제했다는 부정적 해석도 나옵니다.
미니 2집 '겟 업'으로 첫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뉴진스는 올해 퍼포머로도 나섰습니다. 사진=어도어
K팝 세부 부문 4개 신설, 총 4팀 수상
20일 미국 애틀랜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올해 '빌보드 뮤직 어워즈' 시상식은 총 69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K팝 4개 부문을 신설해 보다 많은 음반과 아티스트를 후보로 올리는 시도에 나섰습니다. '톱 K팝 투어',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 '톱 K팝 앨범', '톱 글로벌 K팝 송' 등으로 나눠 총 4개 부문에서 K팝 시상자를 선정했습니다.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스키즈)는 해당 시상식에서 '톱 K팝 앨범' 상을 수상했습니다. 올해 6월 발매한 정규 3집 '★★★★★(5-STAR)'(파이브스타)로 이 같은 영예를 안았습니다. '파이브 스타'는 올해 6월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음반입니다. 이 음반을 비롯해 그룹은 미니 6집 '오디너리(ODDINARY)'(지난해 3월), 미니 7집 '맥시던트(MAXIDENT)'(지난해 10월), 미니 8집 '락스타(樂-STAR)'(올해 11월)까지 20개월 간 네 개의 앨범을 '빌보드 200' 네 번 정상에 올렸습니다. 6차례 차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BTS)을 잇는 기록입니다.
미니 2집 '겟 업'으로 첫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뉴진스는 올해 퍼포머로도 나섰습니다. 사진=어도어
BTS 정국은 미국 래퍼 라토가 피처링한 '세븐(Seven)(feat. Latto)'으로 '톱 글로벌 K팝 송' 상을 수상했습니다. '세븐'은 올 여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에 오른 바 있습니다. 이 외에도 뉴진스가 미니 2집 '겟 업'으로 첫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를, 블랙핑크가 '톱 K팝 투어링 아티스트'를 수상했습니다.
빌보드뮤직어워즈(BBMAs)는 그래미어워즈,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s) 등과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통합니다. K팝은 BTS가 총 6년 연속 수상 기록을 세운 것을 계기로 이 시상식과 연을 맺어왔습니다. BTS는 2017년 ‘톱 소셜 아티스트’, 2018년 ‘톱 소셜 아티스트’, 2019년 2관왕(‘톱 듀오/그룹’, ‘톱 소셜 아티스트’), 2020년 ‘톱 소셜 아티스트’, 2021년 4관왕(‘톱 소셜 아티스트’, ‘톱 듀오/그룹’, ‘톱 셀링 송’,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 2022년 3관왕(‘톱 듀오/그룹’,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 ‘톱 셀링 송’)을 기록해왔습니다. 주로 음악성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그래미어워즈와 달리, 빌보드뮤직어워즈와 아메리칸뮤직어워즈는 시장의 성과을 기반으로 수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가 지난해 K팝 부문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는 빌보드뮤직어워즈까지 K팝 분야를 별도로 신설해 세분화하는 흐름에 나섰습니다.
올해 6월 발매한 정규 3집 '★★★★★(5-STAR)'(파이브스타)로 '톱 K팝 앨범' 상을 수상한 스트레이키즈 역시 뉴진스와 함께 퍼포머로 나섰습니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빌보드 K팝과 윈윈 전략 택한 것”
이 같은 행보를 두고 해석은 나뉩니다. 대체로 전 세계 음악 시장를 리드하고 있는 K팝의 성과를 인정한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해석입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 내 다양한 장르들과 아티스트들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흐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북미 시장에서 K팝에 대한 영향력과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도 "상업적 성과(세일즈)에 큰 무게중심을 두고 가는 시상식의 특성상, 소셜미디어(SNS) 기반 글로벌 팬덤 영향력과 화제성이 높은 K팝을 조명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날 시상식에선 주요 부문에 지민, 뉴진스, 피프티 피프티 3팀이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일각에선 막대한 팬덤 기반의 특수성을 고려해 K팝 부문을 별도 편성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사실상 상관관계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작가 평론가는 "주요 부문에서 K팝을 견제하기 위해 별도로 세부 부문을 신설했다기보다는, '팬덤 엔트로피(팬덤들이 몰리는)' 자체가 높은 섹터이기 때문에 세부 부문을 4개나 신설해 윈윈 전략을 가져간 것으로 본다"며 "주요 부문에서 수상에 실패한 것은 '팬덤은 강력하지만 BTS를 이을 무언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실제로 올해 시상식을 휩쓴 주인공들은 미국 컨트리 스타 모건 월렌, 미국 팝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였습니다. 월렌은 올해 11관왕에 올랐고, 스위프트는 10개의 상을 차지했습니다. 배드 버니, 에슬라본 아르마도·페소 플루마 같은 라틴 팝에 대한 주목도 높았습니다.
김도헌 평론가는 "라틴이나 아프로비츠 같은 장르에 비해 K팝이 홀대를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주요 부문에서 수상을 해야만 할 아티스트들이 수상한 결과로 보여진다"며 "K팝 역시 인기의 많고 적음에 연연할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음악적 방향과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 고유의 가치에 주력해야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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