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컷오프' 칼바람…여야, 공천 내홍 '격화'
국민의힘, 13일부터 지역구 후보자 면접…컷오프 대상 '하위 10%'
민주당, 연휴 뒤 현역평가 '하위 20%'에 통보…'비명계' 포함 관건
2016년 새누리당 공천 파동…16년 만의 여소야대로 '박근혜 탄핵'
2024-02-12 15:56:46 2024-02-12 17:59:1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설 연휴를 마친 여야가 본격적인 총선 공천 작업에 돌입합니다. 이에 따라 여의도에 '컷오프(공천 배제) 칼바람'이 강타할 전망입니다. 국민의힘은 '질서 있는 교체'를,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터라 상당한 현역 물갈이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정치권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컷오프 그 자체가 아닙니다. 컷오프 후 '내홍'과 '후폭풍'입니다. 자칫 공천 잡음을 방치했다가는 당이 자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016년 '옥새 들고 나르샤' 논란을 일으킨 새누리당도 공천 파동에 무너졌습니다. 
 
공천보다 '컷오프' 주목…현역 물갈이 촉각'
 
국민의힘은 13일부터 닷새간 공천심사를 위한 지역구 후보자 면접에 돌입합니다.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폭력, 마약범죄, 음주운전 이력 등을 심사에 반영한 후 18일부터 단수 후보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6일부터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차 발표에선 서울 서대문을 등 36개 지역에서 단수 후보와 경선지역이 공개됐습니다. 7일 2차 발표에선 서울 강남갑 등 24곳에 대한 단수 후보가 추려졌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주 공천심사 결과를 공개한 뒤 오는 19일부터 지역구 경선을 시작, 2월 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합니다. 
 
6일 김병기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가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공천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누군가가 지역구 공천을 받으면, 반대급부로 컷오프된 현역이 반드시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현역 컷오프 결과는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자칫 당내 공천 잡음을 촉발, 선거를 하기도 전에 당이 분열할 수 있어서입니다. 
 
국민의힘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평가한 뒤 해당 권역 의원 중 하위 10% 이하는 컷오프 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하위 10~30%는 경선득표율에서 20%를 깎기로 했습니다. '10% 컷오프'는 현역 의원 7명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컷오프 대상자는 이것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28일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204개 당협위원회 중 하위 46곳 대해 4·10 총선에서 컷오프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특히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질서 있는 교체를 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6일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4차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년 전 새누리당 '옥새 파동'…공천잡음 학습 효과  
 
'현역 의원 하위 20%' 발표를 코앞에 둔 민주당 내부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하위 10%는 경선 득표수의 30%를, 하위 10~20%에 대해선 득표수의 20%를 감산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하위 20%에 들면 컷오프 가능성이 커집니다. 특히 민주당에선 하위 평가자 숫자보다 명단이 더 중요합니다. 명단에 '비명'(비이재명)이 얼마나 포함되느냐에 따라 공천 갈등이 폭발할 우려가 높습니다. 민주당은 하위 평가자에게 개별 통보를 하기로 했습니다.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9일부터 경선이 진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설 연휴 직후 통보가 이뤄질 걸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친명(친이재명), 비명을 나누는 건 소명을 외면한 죄악"이라며 "시스템을 통해 능력, 자질이 국민의 기대치와 눈높이에 부합하느냐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라고 밝힌 것이 주목됩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공천 문제로 불거진 당내 갈등을 진화하겠다는 뜻이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쟁력과 세대교체도 강조한 걸로 풀이됩니다. 이에 민주당을 탈당하고 개혁신당에 합류한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가 말하는 그 국민이 과연 누구인지 의심스럽다"며 이 대표의 진의를 꼬집었습니다.
 
현역 컷오프를 놓고 정치권과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2016년 새누리당 공천 파동의 학습효과 탓입니다. 20대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둔 당시 구도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간 국민의당 등 3당 체제였습니다. 정치권에선 야당 분열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선거에 압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여당은 '진박'(진실한 박근혜) 논란에 휩싸이면서 계파 갈등의 늪에 빠졌습니다. 급기야 공관위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갈등한 유승민·이재오 의원 등을 컷오프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이에 반발해 유승민·이재오 의원 지역구를 무공천으로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공관위가 대구·경북 일부 지역에 친박(친박근혜)을 공천하자 공관위 추천장에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당대표가 공관위와 정면 충돌해 '사인'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발했습니다. 언론이 '옥새 들고 나르샤', '옥새 파동'이라고까지 칭할 정도였습니다.
 
당내 공천을 두고 친박과 비박(비박근혜)이 극렬하게 대립하자 민심도 여당에 등을 돌렸습니다. 그 결과 2016년 4월13일에 실시된 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이 122석, 민주당이 123석, 국민의힘이 38석을 얻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당에 38석을 내주고도 제1당의 지위를 얻은 겁니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 잡음은 16년 만의 '여소야대'를 만들었고, 1년 뒤 박 대통령이 탄핵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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