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 단 한 번도 밝힌 적 없던 기억
“‘장애’ 표현 초점 의도적 배제…인물 잠재력·가능성 휘발될 가능성 때문”
“자폐인 따라하는 것 절대 금지...나 자신 그리고 배우 윤리에 대한 책임”
2022-08-25 01:00:01 2022-08-25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 정도로 단 시간에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드라마도 정말 오랜만이다. 그리고 이 정도로 논란이 많은 드라마도 오랜만이다. 물론 어떤 쪽이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란 드라마는 정말 많은 것을 우리에게 준 것만큼은 분명하고 확실하다. 이 드라마가 단순하게 발달장애인 특히 자폐스펙트럼 인물을 주인공으로 끌어왔던 점은 반드시 그리고 분명하게 고무적인 일이었다. 잘 알지 못했던 자폐란 단어가 우리에게 좀 더 일상화가 되는 계기의 시작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자폐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았다. 제목 속 변호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소외시킬 수 있고 묻어 버릴 수 있고 또 망각 시킬 수 있는 많은 사연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특별하기 않기에 중요하지 않기에 그래서 버리고 묻어버린 얘기들을 가치 있고 또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 가치와 아름다움의 의미를 전하며 기분 좋은 웃음과 희망을 안겨줬다. 물론 다른 한쪽에서 이 드라마의 반작용과 부작용을 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얘기는 그래서 이상한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이끌어 가는 우리 모두의 우영우를 반드시 되돌아 보게 만든다. 모두의 우영우를 대신해 이상한 변호사로 살아온 배우 박은빈의 말은 그래서 이상하지만 분명 가치있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첫 발걸음의 출발선을 긋는 시작이 될지 모를 일이다.
 
배우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자폐, 발달장애 중 하나다. 잘못 표현할 경우 희화화 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 그래서 창작 콘텐츠에선 그리고 장르 콘텐츠에선 사실상 다루지 않는 소재다. 그리고 장애란 단어가 그걸 더 막고 있는 방어적 기재로 작동하기도 한다. 솔직히 이건 다루지 않는 쪽이 더 좋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밝고 건강한 느낌의 얘기에서 이 소재를 끌어가 다루는 것 자체가 꽤 무모한 도전이 될 수도 있었다. 그 중심에 우영우를 연기한 박은빈이 있었다.
 
말씀하신 대로 딱 그 지점에서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장애를 표현하는 데 연기의 초점을 맞춘다면 저 스스로도 본능적으로 방어적으로 연기할 수 있겠다는 한계를 직감했어요. 극중 우영우란 인물이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은 휘발 될 가능성이 더 커지는 셈이죠. 정말 이 세계 안에서 우영우가 마음껏 가능성을 펼칠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특히 초반 우영우가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게 본인 일을 잘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까. 그걸 정말 많이 고민했죠.”
 
우영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박은빈은 여러 시그니처 대사와 행동 등을 만들어 냈다. 물론 대본과 연출의 디렉션 등이 뒤따랐지만 박은빈이 소화해 낸 방식이 더 돋보이는 더 주목돼야 마땅한 지점이다. 특히 우영우의 대사를 보면 유독 발음이 또렷하고 귀에 쏙쏙 박히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자폐인 특유의 반향어설정을 더한 캐릭터 설정이 뒷받침된 의도된 발음일 수도 있었지만 유독 많은 대사량과 속사포 방식의 대사 소화력은 매회 우영우의 캐릭터를 뒷받침하는 시그니처였다.
 
배우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자폐설정보단 정보 전달 측면에서 속사포처럼 내뱉어야 하는 미션이 실제로 있었어요. 그래서 발음에 유독 신경을 많이 썼죠. 연기에서 발음이나 딕션은 제게 익숙한 일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재판 장면에선 한 번 NG가 나면 꽤 많이 틀리기도 했어요(웃음). 대사가 물고 물리는 게 너무 많아서 NG 부분부터 다시 찍을 수가 없었거든요. 재판 장면에선 많게는 30~40번 같은 대사를 계속 말한 적도 있어요. 법에 관련해 얘기를 할 때 영우가 신나게 쏟아내는 게 자문해 주신 교수님께서 일종의 개인적 치유를 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고 해서 정말 혼신을 다했어요.”
 
사실 우리 모두는 박은빈의 우영우를 못 볼 뻔 했다. 박은빈은 우영우캐스팅 제안을 받고 한 차례 출연을 거절 했었다고. 이런 말을 들으면 배우가 작품 출연 제안을 받을 때 하는 의례적인 거절이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박은빈은 그때를 기억해도 정말 출연을 못할 것 같아서 거절했던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거절이 지금의 인연을 만들어 주리라고는 박은빈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출연 거절이 너무 이슈가 되는 것 같아 죄송해요(웃음). 그때 기본은 절 믿어주시는 만큼 제가 보답할 수 있을까 싶었던 거에요. 지금 그 땔 생각하면 여전히 거절이에요. 당시 주변에서 다들 추천해 주셨는데 전 진짜 자신 없었어요. 대부분의 작품은 대본을 보면 이런 느낌이고 이런 정서겠구나 싶어요. 근데 우영우는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도 들어가면 안될 인물이었어요. 당시 제 눈에는 뭔가 인물이 보여야 하는데 그냥 까만 블랭크만 보였어요. 많이 두려웠죠.”
 
배우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박은빈을 통해 살아난 우영우는 우리 모두에게 웃음을 줬고 눈물을 줬으며 감동을 줬고 또한 생각할 것들을 안겨줬다. 우영우란 인물이 살아 숨쉬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란 작품의 1화부터 16회까지 모두가 보석처럼 반짝 거리고 빛났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란 작품 자체를 관통하는 정서를 가장 잘 보편적으로 대변하는 에피소드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말이다.
 
당연히 저희 드라마를 관통하는 정서를 대변한 건 3화죠. 저도 기억에 당연히 남아 있어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고 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자면 마지막화인 16화의 외뿔고래얘기일 듯해요. 이 세상이란 거대한 바다 어딘가를 헤엄쳐 다니는 외뿔고래란 걸 인정한 우영우가 엄마인 태수미와 대화를 하는 장면. 그 낯선 공간과 환경에서 긴장을 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 숨지 않고 끝까지 용기를 내서 말하는 그 모습. 반드시 내가 소화를 해서 영우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말 기억에 오래 남아 있을 듯해요.”
 
사실 진짜 궁금했던 점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우리 사회는 자폐그리고 발달장애를 그 이전보단 아주 조금 더 익숙하게 받아 들일 자세가 됐다. 그럼 박은빈은 어땠을까. 이 작품을 통해 달라진 것이 있을까. 아니면 그 이전에는 자폐발달장애는 전혀 모르던 영역이었을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서 박은빈도 비로소 자폐를 넘어선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킨 것 일까. ‘어디에서도 밝힌 적 없는 얘기란 것을 전제로 그는 입을 열었다.
 
배우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제게 발달장애인에 대한 기억은 3명 정도가 있어요. 제가 대학생 때 고등학교와 연계해서 발달장애인 친구들의 체험을 도와주는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당시 자폐 학생과 마주했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죠. 그래서 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특수교육과 장애인의 이해를 수강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더 어린 시절로 넘어가면, 초등학생 시절 어떤 어머니가 기억에 남아 있어요. 제가 학급 회장이었는데, 본인 덩치보다 훨씬 큰 발달장애 아들을 너무도 애틋하게 보살피며 데려가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너무 선명해요. 이 작품을 하면서 문득 그 분들이 떠올렸죠.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그분들에 대한 기억과 추억 그리고 경험이 우영우에 분명 녹아 들었다고 전 생각해요.”
 
박은빈은 우영우를 만들기 위해 여러 공부를 했고 준비 과정도 거쳤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때 넷플릭스 시리즈 별나도 괜찮아가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여러 포인트에서 우영우와 비슷한 포인트와 설정이 눈에 띈다. 실제로 제작진은 레퍼런스로 이 작품을 박은빈에게 추천하기도 했다고. 다만 박은빈은 연기의 필터링이 필요했을 듯하기에 이 작품 관람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쪽으로 준비를 했단다.
 
다른 작품은 원칙적으로 배제를 했어요. 캐릭터 자체에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에 그건 그 작품의 인물이잖아요. 우영우가 어려웠던 점은 이상하지만 결과적으론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야 하는 점이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실제 자폐인들을 따라하는 건 절대 금기였어요. 그건 배우이자 저로서의 윤리적 책임이었거든요. 실제 자폐인들을 도구로 사용하진 말자였죠. 전 배우이기에 작품 속 세계를 믿고 또 자문해 주신 교수님 강의를 들은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제 개인적 공부를 통해 우영우의 특징을 정리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됐죠.”
 
배우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찬사가 너무도 많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 드라마의 부작용도 전하고 있었다. 실제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이 드라마가 불편하다는 지적도 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드라마는 판타지일 뿐 드라마 그 자체로 봐달라는 부탁도 하고 있었다. 박은빈은 어떤 의견이든 조심스럽고 감사하단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한 가지 인상 깊었던 반응을 공개하고 싶다고 전했다.
 
자폐인과 함께 생활하시는 분이 손 편지를 써서 보내주신 걸 받은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잘 모르고 매번 어둡게만 그리던 자폐인들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에 너무 감사하다고. 자폐인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도 표현해 줘서 너무 고맙다고 해주셨어요. 그 분의 편지가 모든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의견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전 개인적으로 너무 감사했죠. 어떤 식으로든 뭔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큰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으니.”
 
이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막을 내렸다. 마지막은 우영우의 성장이 시작되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다.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얘기를 하는 희망이 담겨 있다. 우영우도 또 한 걸음 성장할 것이고 우리 모두도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박은빈도 이 작품을 통해 또 한 걸음 성장했다. 이제 남은 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시즌2’에 대한 얘기다. 본격적인 변호사 우영우의 활약상이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배우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웃음)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저도 기사를 통해 시즌2 얘기를 접했어요. 감독님이나 작가님과 연락해 본 적도 없고 연락을 받은 적도 없어요.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만약 제가 시즌2에 합류한다면 시즌1에 합류를 결정할 때의 마음 가짐 보다 더 큰 결심을 하고 뛰어들어야 한단 건 확실해요. 현재의 우영우는 제가 보물상자에 안전하고 소중하게 잘 보관해 뒀는데 그걸 다시 꺼내야 한다면 혹시 훼손될 가능성에 대한 리스크까지 저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잖아요. 그런 부분도 걱정이에요. 아무튼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만약 연락이 온다면 분명 깊은 고민에 빠질 것 같아요(웃음). 마지막으로 이 세상 모든 외뿔고래들에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힘찬 응원을 보내겠습니다. 파이팅!”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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