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
바이스미디어의 파산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남을 것 같다. 지난달 버즈피드의 몰락도 놀라웠지만 악시오스의 말마따나 바이스미디어의 퇴장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큰 스타트업의 파산”이다. 단순히 미디어 기업 하나가 문을 닫은 사건이 아니라 한 시대의 퇴장을 알리는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페이스북 기반의 콘텐츠 바이럴이 통했던 시대가 있었다고 역사는 기록할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바이스미디어는 원래 마약중독자 청년들이 만든 기업이었다. 현장에 들어가 카메라에 눈을 맞추며 말을 건네는 방식의 독특한 영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 모았고 2011년 이후 9차례에 걸쳐 무려 16억달러(2조1408억원)의 투자를 끌어들였다. 21세기폭스와 디즈니 등이 돈을 싸들고 찾아왔고 2017년 기준으로 기업 가치가 57억 달러(7조6266억원)을 넘어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길지 않았다. 이미 2016년부터 페이스북 타임라인이 무너지기 시작했지만 많은 미디어 기업들이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애초에 독자들이 왜 떠났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달리 다른 대안을 찾을 상황도 아니었다.
지난 월요일, 바이스미디어가 법원에 낸 파산 신청서를 보면 부채가 8억3400만달러에 이른다. 다른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바이스미디어는 채권자 컨소시엄에 2억2500만달러에 팔려가게 된다. 기업 가치 57억달러라던 회사가 고점 대비 20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파산 절차를 밟는 동안 버틸 돈이 필요해 2000만달러를 추가로 빌렸다는 뉴스도 있었다. 씁쓸하고 초라한 결말이다.
바이스미디어의 문제는 애초에 너무 많은 돈을 끌어 모았고 높은 기대에 걸맞은 성장 속도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 있다. 최근 몇 년은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겨우 버텼지만 매출이 받쳐주지 못했다. 주류 문화에 반감이 큰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했지만 트렌드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바이스미디어와 버즈피드의 몰락은 그래서 징후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설명 저널리즘으로 입지를 구축했던 복스미디어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한때 글로벌 롤 모델이었던 허프포스트나 쿼츠도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매출 성장과 독자 확보를 둘 다 소셜 미디어에 의존하는 미디어 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됐다”고 분석했다. 버즈피드 편집장 출신의 벤 스미스는 최근 출간한 ‘트래픽’에서 “소셜 미디어는 우리가 생각했던 방식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인터넷이 통째로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뉴욕대 교수 클레이 셔키는 “새로운 것이 자리를 잡는 속도보다 낡은 것이 더 빨리 망가지는 것이 혁명”이라면서 “어떤 실험의 중요성은 그것이 나타나는 순간 분명하지 않으며, 큰 변화는 지연되고 작은 변화는 확산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마가렛 설리번은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역시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그 실험이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퀄리티 저널리즘에 대한 갈망이 살아날 것이다. 바이스미디어와 버즈피드가 남긴 유산이 있겠지만 다시 본질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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