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공천 파동과 현역 탈당 등으로 민주당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돌입했지만, 이재명 대표는 '마이웨이'를 고수 중입니다. 일방통행을 하는 이 대표의 머릿속엔 8월 전당대회 후 다시 당권을 잡고 대선에 도전하는 밑그림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학살에 가까운 컷오프(공천 배제)로 당내 갈등을 극한으로 몰고 간 속내엔 오는 '8월 전당대회 이후'를 노림수로 뒀다는 겁니다. 이 경우 공천 파동은 '몸풀기'였고, 8월 전당대회를 둘러싼 민주당 내 파워게임이야말로 '진짜 전쟁'이 되는 셈입니다.
총선 후 4개월 뒤 '민주당 전당대회'
2022년 8·28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이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까지로, 민주당은 총선 후 4개월 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습니다. 이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무기로 세력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29일 친문(친문재인) 좌장인 홍영표 의원과 비명(비이재명)계 기동민 의원을 컷오프했습니다. 앞서 비명계 김영주·박영순·박용진·설훈·윤영찬 의원 등도 현역 평가 하위그룹에 분류, 사실상 컷오프했습니다. 특히 27일엔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노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탈락시켰습니다. '비명횡사'·'숙청'라고까지 할 공천 파동엔 반발도 극심합니다. '가죽을 벗겨, '피칠갑', '연산군' 발언까지 튀어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마이웨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잇따른 현역 탈당에 "경기를 중도에 포기하는 건 자유지만, 마치 경기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임 전 실장이 컷오프 재고를 요청하자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며 거부의 뜻을 피력했습니다. 일방통행입니다.
2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대법관 신숙희-엄상필 임명동의안 등에 대한 투표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일방통행을 하는 심리는 그가 그린 밑그림대로 착착 판세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이 대표에겐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승리보다 8월 전당대회와 다음 대선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학살에 가까운 공천 파동은 이 대표가 전당대회 경쟁자와 차기 대권주자를 제거하려는 밑 작업이고, 예정된 수순의 컷오프에 대해 예상된 수준의 당내 반발이 나오고 있어서 오히려 '평정심'에 가까운 마이웨이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비명 학살 논란에…"라이벌 싹 자르기"
실제로 윤영찬 의원이 최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임 전 실장 컷오프는 라이벌 자체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생각이 아닌가"라며 "비명계와 친문이 다시 국회에 들어오는 게 본인에겐 굉장히 부담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비판한 건 이런 맥락입니다. 임 전 실장이 국회에 입성하면 친문의 지원을 받아 전당대회에 도전하고, 이 대표의 유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대표와 친노(친노무현)·친문의 구원을 생각하면, 차기 대선 경선에서도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큽니다. 임 전 실장 컷오프과 비명계 학살은 당대표 연임과 대선행보의 걸림돌을 미리 자른 걸로 보인다는 게 윤 의원의 해석입니다.
현재 민주당 당헌·당규엔 당대표 연임을 막는 조항이 없습니다. 이 대표가 8월 전당대회에 도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면, 파워게임은 공천 파동과 맞물려 발발하고 민주당은 더욱 극심한 내홍에 빠질 걸로 보입니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한 의원의 보좌관은 "지난해 11월 권리당원 권한을 높이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킬 때부터 '이 대표가 당대표 한번 더 하겠구나'라는 말이 공공연했다"면서 "공천전쟁, 총선전쟁, 8월 전쟁이 한꺼번에 벌어지면 민주당은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 당대표들은 민주적으로 당권을 이양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합심하자는 대의에 동의해 대표직을 단임으로 했다"며 "열린우리당 이후 20년간 민주당계 정당에선 당대표가 연임한 적 없었는데, 이 대표가 전통을 거스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현격한 차이로 패할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당대표 연임의 길이 막힐 수 있다는 겁니다. 이에 일각에선 이 대표가 대표직을 조기 사퇴하고 얼굴 마담을 내세울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당대표로 총선을 지휘하다가 패배했다가는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부담이 있다"면서 "어차피 사천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기 사람을 다 심어놨기 때문에 총선 전 대표직을 사퇴하고, 얼굴 마담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얼굴 마담 비대위원장에 이어 자기 사람을 당대표로 만들어서 대선후보까지 일사천리로 갈 걸로 보인다"라고 부연했습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