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7간신 경질 요구에 여 '발칵'…윤·한 '전면전'
대통령실 "비선 조직 없다" 반박…내주 윤·한 독대 '정국 분수령'
2024-10-14 17:13:12 2024-10-14 17:59:45
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 및 한·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영을 나온 국민의힘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이른바 '김건희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면서 여당 내부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실에서 "비선 운영 조직이 없다"고 일축,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은 더 증폭되는 분위기인데요. 다음 주 예정된 회동에서 김 여사 문제를 정리하지 못할 땐 두 사람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를 향해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그런 분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이 오해하고 언론에서 기정사실로 생각하는 게 국정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급기야 '한남동 7인방'까지공세 수위 높이는 한동훈
 
다음 주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김 여사에 대한 한 대표의 발언 수위는 점점 세지고 있습니다. 한 대표는 지난 9일 김 여사의 공개 활동에 대한 자제 의견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게 필요하다"고 했고, 다음날인 10일에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판단과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2일에는 "김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대통령실 인사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대통령실 내 이른바 '한남동 라인'의 문제점까지 정면으로 지적한 겁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 내 김 여사 라인 문제를 거론한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이른바 '한남동 7인방'이라며 전·현직 대통령실 소속 비서관과 행정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서 일부 '김건희 라인'을 거론하며 "용산은 '십상시' 같은 몇 사람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날 내부 인적쇄신을 요구한 한 대표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대통령실에는) 공적 업무 외에 비선 운영 조직 같은 것은 없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다"며 "최종 인사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김건희 여사 라인' 의혹에 관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김대남 전 행정관과 같은 이런저런 사람의 유언비어 같은 얘기를 언론이 자꾸 확대해서 쓰고 휘둘리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평론 정치" 친윤계 격앙…'재보선 패배' 땐 갈등 격화
 
친윤(친윤석열)계 내부에선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나온 한 대표의 발언이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격앙된 분위기입니다.
 
원조 친윤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 대표는 '친윤이든, 대통령실이든 익명성 뒤에 숨지 마라'고 말했지만 이 발언 직후 소위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의 '한남동 7인회' 같은 발언은 익명을 타고 언론을 장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 대표와 측근들의 김건희 여사에 관련 발언들을 두고 "평론 수준의 정치나 하는 것이 당대표와 그 측근의 역할이냐"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오후 추가 메시지를 통해 "'도곡동 7인회' 같은 참모진이 모은 의견이 겨우 그 정도라면 인적쇄신은 대표실이 우선인 것 같다"며 한 대표의 거주지인 도곡동에 빗대 대표실 인적쇄신을 요구했습니다.
 
같은 당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보수 분열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기고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당내 범친윤계 인사로 꼽히는 나경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우리끼리 저들의 프레임에 갇혀 자해는 하지 말자"며 "자중자애를 촉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내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한 대표가 연일 김 여사 문제를 공개 거론한 것은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10·16 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난 김 여사에 대한 싸늘한 민심과 이로 인한 패배 위기감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란 차원으로 분석됩니다.
 
결국 두 사람의 독대가 '김건희 리스크'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대표가 이번 독대에서 그동안 제시해온 김 여사와 관련된 요구 사항들을 수용하라고 촉구할 것이 분명한데요. 관건은 윤 대통령이 이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두 사람의 면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땐 여권 내부 갈등은 더욱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런 상황에서 오는 16일 예정된 재·보궐선거는 여권 내부 상황의 '1차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보궐 선거 성적표에 따라 여권 내부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핵심 승부처인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할 경우 친윤계에선 '한동훈 책임론'을, 친한계에선 '김건희 책임론'을 들고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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