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차이나 '인도')③노사 문제 ‘우려’…기업들 ‘숙제’
인도 첸나이 인근 삼성전자 노동자 1500명 파업 참여
현대차 등 현지 공장서 글로벌 기업 노조 파업 고민거리
인도 싱크탱크 "파업, 지역 경제 몰락 우려"
2024-11-25 15:50:42 2024-11-25 17:17:42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노사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인도는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저임금, 낮은 평균 연령의 젊은 노동력을 갖춘 매력적인 생산 기지지만, 강성 노동조합(노조)의 파업이 잇따르면서 기업들은 이를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인도 진출 이후 처음 발생한 대규모 파업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타밀나두주 첸나이 인근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1700명 정규직 중 1500명이 파업에 참여해 생산이 거의 절반가량 중단됐습니다. 낮은 임금 인상, 열악한 근무 환경, 회사 측의 노조 결성 거부가 파업 이유입니다.
 
특히 타밀나두주는 노동력이 풍부해 제조업의 메카로 불립니다. 이곳에는 국내 대기업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이 있고, 1400여 개에 달하는 해외 기업이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노동자들이 중심을 이루는 주이기도 합니다. 
 
24일(현지시각)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 스리페룸부두르 공장 인근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소속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지 진출 삼성·현대차 등 국내 기업 위협 우려
 
인도 노동조합과 현지 진출 글로벌 기업 간 노사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는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전자 산업을 포함한 기타 제조업이 성장하고 있데요. 최근 현지 강성 노조의 파업이 잇따르며 기업들의 고민거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인도 삼성전자 타밀나두 첸나이 인근 삼성전자 공장에서 '인도노동조합센터(Citu)'는 삼성전자 인도법인에 임금 인상 요구 등으로 전체 종업원 약 1800명 중 절반이 넘게 파업에 참석했습니다. 파업은 한 달 넘게 이어지다가 종료됐는데요.
 
이번 파업은 최근 몇 년간 인도에서 일어났던 파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파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삼성전자 가전부문 공장은 2007년에 가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양측의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역 언론 등은 타밀나두 주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파업에 참여한 모든 노동자 즉시 업무 복귀, 경영진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보복 조치를 하지 않을 것, 노동자는 경영진에 전적으로 협조하며 회사의 이익에 해가 되는 행동은 피할 것 등이 합의됐다"고 전했습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파업 종료 결정을 환영 의사를 표하며 "(파업에) 단순히 참여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조처하지 않고 첸나이 공장을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이터는 "CITU의 지원을 받았던 해당 파업은 최근 인도에서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의 파업이었다"고 전했는데요. 이 파업으로 인해 제조업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인도 정부의 노력이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이 정도 규모의 파업은 인도 산업에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지난 2021년 위스트론과 폭스콘의 아이폰 공장에서 각각 임금 미지급과 식중독 사고가 촉발된 후 일어난 파업 정도가 전부입니다.
 
또한 인도의 대표적인 산업은 자동차 산업인데요. 현대차뿐만 아니라 닛산과 르노 등 유명 자동차 기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현대차 등도 강성 노조에 시달렸었습니다.
 
지난 7월 인도 첸나이 공장 파업으로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 인도공장노조(HMIEU)는 첸나이 스리페룸부두르 공장에서 해고된 근로자의 복직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바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풍부한 젊은 노동력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어 기업들이 중국 다음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를 희망한다"며 "다만 강성 노조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23일(현지시각) 인도 뭄바이에서 국기를 든 소녀가 무인 우주선 '찬드라얀 3호'의 달 착륙선 '바크람'이 달 남극 부근에 착륙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도, 정부차원 노사 관계 대응…국내 기업 영향 '미미'
 
인도 내부에서도 인도가 글로벌 제조업 중심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기업 책임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기업이 중국 외 제조 다각화를 모색하자,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2014년 집권한 이후로 인도의 제조업을 육성하고자 '메이드 인 인디아'라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메이드인 인디아 정채깅 성공하려면 파업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도 싱크탱크 조직인 GTRI는 "삼성전자 공장의 파업이 애플, 구글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중국 대안으로 인도를 선택해 글로벌 제조 강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파업은 지역의 경제적 몰락, 공장과 공장의 몰락, 대규모 일자리 손실 및 해당 지역의 현대화 중단으로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인도는 정부 차원에서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앞선 삼성전자 파업 철회 당시 인도 타밀나두 주 당국의 중재가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주 정부의 산업투자부 장관 티아르비 라자는 파업 노동자 대표들을 만난 뒤 성명을 내고 "노동자들은 즉각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으며 삼성은 파업 참가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인도가 아직 후진국인 만큼 당장 노조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제언합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인도 같은 경우 아직 후진국이라 노조에 대한 영향력은 약하다"며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는 인도 내수 시장이 별도의 시장이기 때문에 노조와 관련된 영향은 아직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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