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가 서울 주요 지역으로 번지며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강남, 용산, 성수 등 지역에서 전고가 대비 10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가 체결됐습니다. 연말까지는 매매시장 위축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25일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최근 한 달간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가장 하락 폭이 컸던 곳은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였습니다. 전용 124㎡가 지난달 24일 40억5000만원(13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 6월에 거래가인 53억5000만원(43층)에 비해 13억원(24%) 떨어진 것입니다. 층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하락 폭이 상당히 큰 수준입니다.
강남구에서도 크게 하락한 거래가 있었는데요. 청담동 동양파라곤 전용 전용 171㎡은 지난 7월 59억5000만원(8층)에 팔렸지만, 지난 10월 28일에는 50억원(6층)에 거래됐습니다. 집값이 석 달 만에 9억5000만원(15%) 내려간 것입니다.
성수동 트리마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용 152㎡가 지난달 28일 57억원(4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2022년 5월 거래가인 65억원(25층) 대비 8억원(12%) 떨어진 수준입니다. 얼마 전 입주한 강동구 둔촌동 올림파크포레온 전용 96㎡ 중에서는 석 달 만에 7억1000만원(26%) 하락한 거래도 있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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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서울 고가 아파트 가격지표 둔화…소비심리지수도 떨어져
실제로 통계에서도 얼어붙은 시장 심리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전국 아파트단지 중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시가총액 지수와 변동률을 보여주는 'KB부동산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달 대비 0.63% 오르며 지난 3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직전 달(9월) 상승률인 2.16%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 지수에는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송파구 잠실동의 리센츠와 잠실엘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이 포함됩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한 달 전보다 1억원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10억7826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10월(11억7122만원)보다 9296만원이 감소했습니다. 아직 신고기한(계약 30일 내)이 남았지만, 거래금액은 10억원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6월 12억3740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2억원을 돌파한 이후 9월까지 넉 달 연속 12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최근 하락 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7월 9191건을 고점으로 8월 6483건, 9월 3105건으로 급감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폭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데다 관망세 속에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물 적체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량은 9만274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실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석 달 전(7만8000건대)과 비교하면 약 16% 늘어난 것입니다. 2021년 4만건대였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2022년 5만건대, 지난해 7만건대를 돌파한 후 올해 상반기 8만건대까지 쌓였습니다. 하반기 들어 7만건대 후반까지 줄어들었던 매물량은 9월 들어 다시 증가했습니다. 9510가구 규모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이달 1건 거래됐습니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의 '2024년 10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에 따르면, 10월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 지수는 전월 대비 8.0포인트(p) 하락한 113.1로 6개월 만에 보합 국면에 들었는데요. 서울은 117.7로 떨어져 보합국면 전환을 목전에 뒀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으로 아파트 거래와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출 규제 분위기 속에서 연말까지는 매수세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데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 빚 총량을 관리하기 위한 대출 규제가 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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