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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서 보자는 KCGI…소송전 누가 유리할까
KCGI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법원 이전 판례 살펴보니…조 회장 불리할듯
2020-11-19 15:54:46 2020-11-19 15:54:46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KCGI 주주연합의 거센 반발로 난항이다. 주주연합이 법적 대응에까지 나서면서 법원의 판결에 따라 합병을 위한 유상증자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주주연합은 전날 법원에 한진칼이 KDB산업은행에 하기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산은에 신주를 배정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 8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한진칼 지분 10%가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자 연합은 경영권 분쟁 중인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과반 이상의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게 되자 이를 반대하게 된 것이다.
 
KCGI 주주연합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이번 유상증자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 30% 범위에서 '긴급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국내외 금융기관과 기관투자자에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3자 연합은 이번 유상증자가 긴급한 자금 조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3자 연합을 비롯한 다른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뉴시스
 
주주연합은 "한진칼에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면 불필요한 자산 매각, 담보 차입 또는 채권 발행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다"며 "굳이 산은이 한진칼에 긴급하게 국민의 혈세를 동원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국내 소송 판례를 보면 법원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19년 4월 대법원은 주식회사 유에스알이 피씨디렉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상법 제418조 1~2항에 따라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제3자 신주 배정을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상법 제418조 제2항을 위반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산은과 한진그룹은 경영권 방어가 아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상황과 비슷한 판례가 있는 만큼 이번 법정 공방은 조 회장이 다소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1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원이 3자 연합이 제기했던 가처분이나 소송을 모두 기각해왔다는 것과 정부가 주도하는 인수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법정 공방 역시 조 회장이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CGI 주주연합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반도건설이 주주명부 폐쇄 전 취득한 한진칼 주식 8.28%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가처분을 신청했다. 아울러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대한항공 사우회 등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에 대해선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한편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정계를 비롯해 양사 노동조합 등에서 특혜 논란을 제기하며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두 회사의 기업 결합을 심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을 이유로 인수 반대에 나설 수도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KBS 제1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원칙과 법에 의거해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공정위 경제분석과를 통해 이 부분과 (대한항공의 M&A가)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본 뒤 기업 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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