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달리던 분리막과 동박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연초 리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양극재 업체들이 실적 개선에 성공한 데 이어, 분리막과 동박 등 후방 소재에도 회복세가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중동 리스크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전기차 캐즘이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과 중국 정부의 공급 제한 정책까지 맞물리며, K배터리 소재 업계의 업황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직원이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아이테크놀로지)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산 9마이크로미터(㎛)급 습식 분리막 가격은 톤당 지난해 7월 대비 28% 오른 9000위안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반내권(反內卷)’ 정책 효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터리와 태양광 산업을 중심으로 과열 공급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생산능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분리막 시장의 공급 과잉이 일부 완화되면서 가격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분리막은 배터리 내부의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지 않도록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어떤 비정상적인 상태로 인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 단락(short)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화재나 폭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절연층인 분리막이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분리막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날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4월 전 세계에 등록된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사용된 분리막 총적재량은 약 55억5200만㎡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7.7% 증가한 것입니다.
동박 시장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는 구리 집약도가 특히 높아 동박이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동박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지박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가격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전지박(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업체들은 통상 전지박과 회로박을 함께 생산하는데, 수익성이 높은 회로박 수요가 늘면서 생산설비 일부를 회로박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는 최근 전북 익산공장의 기존 전지박 생산라인을 회로박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로박은 AI 가속기가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때 쓰이는 기초 소재입니다.
업계는 이번 회복세가 리튬 가격에 직접 연동되는 양극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앞서 양극재 업체들은 리튬 가격 반등 효과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습니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0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배 이상 증가했고,
엘앤에프(066970)도 영업이익 117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당 10.3달러 수준이었던 수산화리튬 가격이 올해 1분기 18.5달러까지 상승하면서 원재료 가격 변동 효과가 실적에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도 점진적인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글로벌 배터리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인도량은 588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습니다. 특히 유럽 시장은 156만대로 27.3% 성장하며 글로벌 수요 회복을 주도했습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전기차의 경제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힙니다.
업계 관계자는 “양극재에 이어 분리막과 동박 가격까지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배터리 공급망 전반의 수급 균형이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하반기 전기차 수요 회복이 본격화될 경우 소재 업체들의 실적 개선 폭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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