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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신제품 '깜깜'·리뉴얼 '봇물'
불황 속 단종 제품 재출시·주력 제품 리뉴얼로 승부
2017-02-26 10:23:02 2017-02-26 10:23:02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식품업계에 리뉴얼 제품이 넘쳐나고 있다. 제품 패키지 디자인이나 맛에 변화를 줘 새로운 제품처럼 출시하는가 하면 수십년간 국민들 입맛을 사로잡은 장수제품의 소환 열풍까지 더해지며 신제품 출시는 뒷전으로 잠시 미루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001800)은 최근 '초코파이 정 바나나' 출시 1주년을 맞아 우유 함량을 기존 대비 40% 늘리고 맛을 개선한 제품을 출시했다.
 
초코파이 바나나는 지난해 오리온이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초코파이 자매 제품으로 지난해 이 제품의 국내 매출은 바나나맛 열풍에 힘입어 사상 최대치인 1400억원을 돌파했다. 중국에서는 연매출 2000억원을 넘어서며 '더블 메가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오리온 입장에선 지난해 인기가 검증된 제품 리뉴얼로 열풍의 여진을 이어가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단종된 장수제품을 소환시켜 리뉴얼 출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SPC삼립(005610)은 1983년 출시된 '제리뽀'에 감귤, 코코넛·포도, 복숭아 등 세 종류의 과육을 넣어 '과일 제리뽀'를 최근 선보였다. 제품 용량을 기존 제품보다 30g 늘렸다.
 
빙그레(005180)는 1997년 출시한 '닥터캡슐'을 19년만에 리뉴얼한 '닥터캡슐 프로텍트'를 선보이고 마시는 발효유 시장 1등 탈환에 나섰다. '닥터캡슐 프로텍트'는 발효유의 핵심인 유산균주를 세계적인 유산균 제조회사인 듀폰사의 'Protect BL-04'로 변경했다. 유산균을 2중캡슐 속에 넣고 기존 제품 대비 캡슐의 양을 2배 이상 늘려 '장까지 살아서 가는 예전 닥터캡슐의 특징을 살렸다. 여기에 홍삼농축액과 참다래농축액을 첨가했다.
 
오리온은 2015년 단종됐던 ‘마켓오 리얼초콜릿’을 지난달 새롭게 선보였다. 마켓오 리얼초콜릿은 2010년 첫 출시됐으나 2015년 판매 부진으로 생산이 중단됐던 제품이다.
 
오리온은 지난 2003년 시장 조사 차원에서 선보였던 ‘포카칩 알싸한 김맛’도 재출시했다. 이 제품은 2003년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지만, 온라인상에서 제품 재출시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이 제품은 출시 6주 만에 누적판매량 200만개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전통주 업체인 보해양조는 지난달 저도주 열풍에 판매가 중단됐던 23도짜리 소주 '보해골드'를 다시 시장에 내놨다. 2007년 판매 중단된 보해골드는 고도주에 대한 소비자의 지속적인 재판매 요청으로 10년 만에 재출시가 결정됐다.
 
기존 주력 제품을 활용해 다른 회사 제품과 협업 제품을 출시하는 우회 전략도 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오리온과 함께 커피 디저트 세트 2종을 출시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한국야쿠르트 '콜드브루 by 바빈스키'의 아메리카노, 카페라테와 오리온의 '마켓오 디저트 생브라우니', '마켓오 생크림치즈롤'을 세트로 구성했다. 오리온이 제품 기획과 생산을 담당하고 한국야쿠르트가 '야쿠르트 아줌마'와 한국야쿠르트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를 맡는다.
 
커피 원두 전문기업 쟈뎅도 크라운제과와 협업해 '죠리퐁 까페라떼'를 출시했다. 크라운제과의 죠리퐁과 쟈뎅의 카페라테를 결합해 상품을 개발했다.
 
식품업계에 이처럼 리뉴얼 제품이 홍수를 이루는 배경도 '불황' 탓이다. 신제품 출시로 '모험'을 감내하기 보다 이미 검증된 제품에 변화를 주는 '안정'을 택하는 보수적 전략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유행 주기가 짧아져 신제품이 성공하기 어려운 데다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그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적인 신제품보다는 기존 히트 상품이나 장수 브랜드의 입지를 다지는 리뉴얼 전략이 오히려 불황 속에서 통한다고 보는 것"이라며 "기존 제품의 패키지와 맛을 변화를 주며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면서 자연스레 관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전략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19년만에 리뉴얼 출시된 빙그레 '닥터캡슐 프로젝트'(왼쪽)와 오리온과 한국야쿠르트가 협업해 출시한 '마켓오 디저트 세트' (사진제공=각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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