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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젠더폭력, 범정부 수단 총동원"
"미투 운동 적극 지지…근본대책 마련 계기 삼을 것"
2018-02-26 16:25:56 2018-02-26 16:25:56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미투’(성범죄 피해 사실 폭로) 운동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피해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강자인 남성이 약자인 여성을 힘이나 지위로 짓밟는 행위는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어떤 관계이든, 가해자의 신분과 지위가 어떠하든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투 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도 그렇다’는 해시태그를 달아(#MeToo) 자신의 성폭력 피해사실을 공개해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운동이다. 지난 해 10월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들로부터 시작해, 한국에서는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자신의 8년 전 피해를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배우 조재현, 조민기, 시인 고은, 연출가 오태석, 이윤택, 인간문화재 하용부, 사진가 배병우 등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받았고, 정치권과 언론계 등 사회전반에 확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곪을 대로 곪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문제가 이 시기에 터져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우리 정부의 성평등과 여성인권에 대한 해결 의지를 믿는 국민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법당국은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호응해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피해자의 폭로가 있는 경우 형사고소 의사를 확인하고, 친고죄 조항이 삭제된 2013년 6월 이후의 사건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적극적인 수사를 당부한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젠더폭력은 강자가 약자를 성적으로 억압하거나 약자를 상대로 쉽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며 “부끄럽고 아프더라도 이번 기회에 실상을 드러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문화와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인 만큼 범사회적인 미투 운동의 확산과 각 분야 별 자정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도 모두가 존엄함을 함께 누리는 사회로 우리 사회 수준을 높인다는 목표로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정부는 공공부문의 성희롱, 성폭력부터 먼저 근절한 다음 민간부문까지 확산시킨다는 단계적인 접근을 해 왔다”면서 “그러나 이번 미투 운동을 보면서, 공공부문, 민간부문을 가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젠더폭력을 발본색원한다는 자세로 유관 부처가 범정부 차원의 수단을 총동원해 주기 바란다. 특히 용기 있게 피해 사실을 밝힌 피해자들이 그 때문에 2차적인 피해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대해서도 꼼꼼하게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전날 성황리에 막을 내린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역대 최고의 환상적인 올림픽이었다고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다”며 “평화올림픽, 안전올림픽, 문화올림픽, ICT올림픽 등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팍팍한 일상과 국정농단 사태, 촛불집회 등으로 힘들었던 우리 국민들에게 모처럼 즐거움과 위안을 주는 치유의 올림픽이 되길 바랐는데 그 목표도 실현된 것 같다”며 “이제 얼마 후 시작될 패럴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도 또 다시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희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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