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화물 전세기 4대 뜬다 "U2 첫 내한, 공연 역사 정점될 것"
'조슈아 트리 2019' 피날레로 첫 한국 공연…15년 간 U2와 접촉 끝에 성사
그래미 22관왕·사회적 메시지 '지구상 최고 밴드'…"DMZ서 평화선언하면 어떨까요?"
입력 : 2019-06-12 08:00:00 수정 : 2019-06-12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U2가 온다며? 판문점 가서 평화선언하면 어떨까? DMZ(비무장지대) 가서 이벤트 벌리는 거 아냐? 전 세계가 주목하겠네?"
 
물음표 가득한 언어들이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U2 마니아'를 자청하는 남태정 MBC 피디가 수많은 한국 U2 마니아들을 대신한 기대와 바람이다. 지난 10일 상암 MBC M라운지 회의실에서 만난 남 피디는 "아티스트가 던지는 사회적인 메시지는 정치인의 영향력과는 또 다른 것 같다"며 "U2가 이벤트를 벌인다면 한국이 갈구하는 평화가 세계 전역에 확인되지 않을까 싶다"고 희망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 밴드 U2.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지구상 최고의 밴드 U2, 한국서 피날레
 
지구상 최고의 밴드라 불리는 U2가 역사적인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 197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된 밴드는 보노(Bono·보컬/리듬 기타)와 디 에지(The Edge·리드 기타/키보드), 애덤 클레이턴(Adam Clayton·베이스 기타), 래리 멀린 주니어(Larry Mullen Jr.·드럼/퍼커션)로 구성돼 있다. 원년 멤버 4명이 현재까지 함께 합을 맞추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고교 스쿨밴드로 시작한 이들의 음악 여정은 시대를 초월해 널리 사랑 받았다. 세계 1억8000만여장의 앨범 판매고, 총 22회 그래미 수상,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8회,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 음악사에 남긴 굵직한 발자취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음악활동 외에도 밴드는 인권·반전·환경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사회 활동가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들은 공연장에서 유엔 세계 인권선언문을 인용하기도 하고, 제 3세계 부채 탕감을 위해 만국기를 걸기도 한다. 식민 통치를 경험한 아일랜드 출신이기에 한국인들이 공감할 만한 노랫말들도 적지 않다. 북아일랜드 분쟁의 공포를 묘사하거나(곡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Sunday Bloody Sunday)') 포용과 화합의 언어로 세계를 감싸안는다.(곡 '원(One))'
 
그러나 이러한 유사한 역사·문화적 맥락에도 우리나라와는 연이 없었다. 일본에는 지난 2006년 '버티고 투어'까지 총 다섯 차례 방문했던데 반해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은 5집 '조슈아 트리(The Joshua Tree·1987)' 발매 30주년을 기념한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이 앨범은 밴드에게 첫 그래미 수상의 영예를 안기고, 세계적으로 2500만장 이상이 판매된 명반이다. 이미 유럽과 북미 등에서는 발매 30주년이었던 2017년 6개월 51회 공연으로 270만 관객을 동원했다. 11월8일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호주, 일본 등을 거쳐 오는 12월8일 한국에서 투어 피날레를 장식한다.
 
남태정 MBC 피디. 사진/MBC 'U2 사무국'
 
◇15년 피와 땀, 눈물 끝의 결실
 
U2가 한국 땅을 밟기까진 약 15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남 피디와 김형일 라이브네이션코리아 대표의 피와 땀, 눈물의 결실. 끈질기게 달려 든 공로가 컸다. 이날 회의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지난 2004년 첫 기획안을 올렸던 시절로 시간을 되감았다. 남 피디는 "(U2 내한은) 당시 MBC 측에 기획안을 처음으로 올리면서 시작됐다"며 "이후 2년 뒤 U2가 투어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공연 실무팀을 만들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통해 접촉하면 어떨까 하는 논의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2009년 남 피디와 김 대표는 임진각으로 본격 답사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는 U2가 360도회전하는 초대형 원형 무대로 전 세계를 돌던 때였다. '360도 투어(360° Tour)'란 타이틀의 이 투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콘서트이자 가장 긴 공연으로 기네스북에도 게재됐다. 남 피디는 "바로셀로나에서 캐나다로 이어지는 당시의 투어는 아시아권에서는 실행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U2 측이 당시 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고 우리 측에 전달했었다"고 돌아봤다.
 
2010년 MBC에서는 두 사람을 주축으로 'U2 사무국'도 별도로 만들었다. 11명의 실무진으로 구성된 이 사무국에서는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한 여러 물밑 작업을 해왔다. 보노와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일랜드한인회 손학순 회장 측에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고, 직접 메일도 보냈다. 오랜 노력을 들인 끝에 지난해 결국 타진에 성공했다. 남 피디는 "2017년 시작된 '조슈아 트리' 투어가 한국에서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게 중요해 보인다"며 "밴드는 한국적인 상황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예전 '배철수의 음악캠프' 인터뷰에서도 한국에서 'One'을 부르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공연 전후 메시지나 이벤트가 있을 수 있다고 기대를 해본다"고 전망했다.
 
완성도 있는 음악, 새로운 혁신의 라이브 퍼포먼스, 지구 평화와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한 메시지 등을 그는 기대하고 있다. "확정된 건 하나도 없지만 세계 유일 분단 국가인 한국상황에서 U2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거죠.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할 때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란 게 있으니까요."
 
김형일 라이브네이션코리아 대표. 사진/MBC 'U2 사무국'
 
◇화물 전세기 4대 분량 온다 "U2 공연, 내한 역사 정점"
 
U2의 이번 내한 공연에는 대중음악 내한 공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장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아티스트에게 맞춤 제작된 음향, 조명 장비만 무려 화물전세기 4대 분량이다. 50피트 카고 트럭 40대가 이를 서울 고척돔까지 운반한다. 지난 2017년 내한 공연계에 획을 그은 밴드 콜드플레이의 경우 전세기 1대 반 규모의 물량이 동원됐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U2의 내한공연이 성사되지 못했던 건 인프라 측면도 크다"며 "유럽이나 북미는 트럭 50~60대에 싣고 육로로 이동하지만 아시아 지역은 비행기나 배로 와야하기 때문에 조건과 상황이 맞아야 했다. 올해는 호주 공연 이후 글로벌 투어링 장비를 운반할 수 있는 시기가 운좋게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제작하는 입장에서 U2의 공연은 스케일이나 복잡함이나 도전적인 행사는 분명하다"면서도 "비행기 시간과 트럭의 운송, 모든 인프라가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져야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게 된다. U2 공연을 잘 끝내면 한국 공연 시장의 위상도 한단계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파리에서 피날레를 장식한 방탄소년단(BTS)의 유럽 스타디움 투어를 마치고 막 귀국한 참이었다.
 
U2 공연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아파트 한 채가 누운 듯한 절경을 보게 된다. 세로 64m, 가로 13m 크기의 대형 스크린이 경외감에 이르는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무대 디자인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무대 디자이너 마크 피셔(1968~2017)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피셔는 생전 핑크플로이드와 롤링스톤즈, 태양의 서커스, 레이디 가가 등의 무대 디자인으로 유명했다. U2의 360도 회전 무대 역시 그가 고안한 작품이었다. 김 대표는 "U2의 힘은 단순 음악을 넘어 디자인이든, 미술이든, 건축이든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며 "보통 업계에서는 U2를 하면 공연의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세계를 돌며 '버티고'와 '360도 투어'를 봤다는 남 피디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며 "조명과 음향, 무대, 건축이 결합된 극강의 종합 예술을 본 것 같았다. 특히 360도 무대 회전은 지구상 현존하는 무대인가라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경험을 털어놨다.
 
고척돔은 음향 문제가 발생하는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 스피커 배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높은 천장 때문에 음 딜레이 현상이나 울림이 심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김 대표는 "각 층별로 스피커를 다 따로 두면서 문제점을 보완할 계획"이라며 "앞서 국내 공연 제작을 최소 10년에서 최대 30년 해온 분들과 4~5개월 전 답사를 마쳤고, 공연장의 모든 캐드 도면을 보면서 준비하고 있다. 음향적인 부분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 확언 한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조슈아 트리' 앨범 전곡이 실연된다. 초반에는 U2의 명곡들도 들어볼 수 있다. 남 피디는 "30년도 더 된 앨범 수록곡 전곡을 듣는 것 만으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87년 나왔던 당시의 분위기를 지금의 분위기에서 들어본다는 것, 그 차이를 느껴보는 묘미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U2 공연 모습.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퀸 처럼 'U2 열풍' 될까? "많은 세대가 새로운 경험하길"
 
U2의 이번 공연이 국내 음악의 종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을까. 남 피디와 김 대표는 "U2는 40대에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젊은 친구들에겐 낯설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세대가 새로운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남 피디는 "저는 사람들이 록도 즐겼으면 하고 힙합, EDM, 아이돌도 들으면 한다"며 "대중 문화는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영화든, 음악이든 특정 장르에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또 "U2 같은 스타의 가치를 일깨웠으면 한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앞으로 다양한 음악들이 소개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에릭 클랩튼이나 폴 매카트니 때의 공연을 상기해 보면 가족 단위로 보러 오는 분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며"비싼 좌석을 제외하고는 티켓 가격이 콜드플레이와 비슷하게 책정될 예정이기 때문에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고 했다.
 
U2의 공연 이후 내년 1월에는 영국 전설의 밴드 퀸(Queen)이 한국을 찾는다. 원년 멤버로는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 둘이 한국에 온다.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보컬리스트 아담램버트와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밴드 퀸에 한달 앞서 U2가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남 피디는 "퀸은 오리지널 멤버가 없는 상태고 과거 한번 온 적이 있기도 해서 상황이 다른 것 같다"며 "U2는 40년 동안 꾸준히 기존 멤버들이 지금까지 함께 해왔다는 점에서 상징적이고 특별한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U2의 내한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남 피디는 "U2는 지금이 전성기"라는 DJ 배철수의 의견을 인용했다. "80년대부터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U2는 앨범만 내면 빌보드 1위에 올랐어요. 또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공연 연출을 해왔고요. 전성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이 최정점이고요."
 
MBC 'U2 사무국' 일원은 현재 기획안부터 홍보와 마케팅을 전담하고 있다. 남 피디는 "방송 시장에서는 늘 시청률과 상업적인 측면 사이의 밸런싱을 맞추는 문제가 중요한 의제이지만, 대중들이 좋아하는 쪽으로 찾다보니 최근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U2공연은 MBC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U2를 한국에서 구현하는 작은 징검다리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 했다.
 
공연에 방해가 될 리스크 때문에 실황을 중계할 계획은 없다. 그 외적으로는 여러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배철수와 보노의 만남, 다큐멘터리, 특집 프로그램…. 남 피디는 현재 500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머릿 속에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세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이들이 새로운 문화적 영향을 받았으면 합니다. 4명이 연주하고 수많은 테크니션과 스텝이 참여하고, 자신들만의 혁신적인 조명과 음향이 겹쳐지는 산물이죠. 무척이나 아날로그적으로 무대를 펼치는, 마지막 세대의 음악이 아닐까요."
 
김형일 라이브네이션코리아 대표(왼쪽)와 남태정 MBC 피디. 사진/MBC U2 사무국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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