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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공개 금지' 12월 새 훈령 시행
예외규정에도 알권리 후퇴 논란…'오보' 낸 언론사 검찰 출입제한도 논란거리
2019-10-30 17:57:14 2019-10-30 17:57:14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법무부가 형사사건의 공소제기 전 피의사실 공개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무부 훈령을 만들어 12월1일 시행한다. 일부 예외규정을 두긴 했으나, 국민의 알권리 침해 논란이 여전하다. 또 오보를 낸 언론사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키로 해 언론의 자유 침해 지적도 나온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에 제정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에 따라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 등 형사사건 관련 내용은 원칙적으로 공개가 금지되고, 공개 소환과 촬영이 전면 금지된다. 이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흘리기', '망신주기식 수사' 등을 통해 법원의 재판 전 사실상 범죄자로 낙인찍혀 인권이 침해되고,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가 사문화됐다는 비판을 반영한 조치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란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체적으로 수사 중에는 혐의사실, 수사 상황을 비롯해 형사사건 내용 일체를 공개할 수 없고, 원칙적으로 실명을 공개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사건 관계인의 인격과 사생활, 범죄 전력, 주장과 진술 내용, 증거관계 등 공개가 금지되는 정보를 명확히 규정했다. 사건 관계인을 공개하더라도 'AOO'과 같이 실명을 공개할 수 없도록 했고, 기업과 기관의 명칭도 'D건설'과 같이 익명을 사용하도록 했다.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개 소환은 금지되고, 출석, 조사, 압수수색, 체포·구속 등 수사 과정에 대한 촬영 등이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지속해서 인권침해 소지로 지적을 받은 포토라인 설치 관행은 전면 폐지된다. 이른바 '티타임'이라고 불린 형사사건의 구두 브리핑도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공보자료와 함께 해당 자료 범위 내에서만 구두로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오보가 실제로 존재하거나 발생할 것이 명백한 경우'와 중요 사건으로서 언론의 요청이 있는 등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공개가 허용된다. 불기소 사건도 종국처분 전에 사건 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널리 알려진 경우 등에는 공개할 수 있고, 공적 인물은 절차를 거쳐 실명을 공개할 수 있다. 이 때에도 전문공보관이 공보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공개해야 하고, 일정한 경우에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이처럼 피의사실 공개를 위한 예외규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권리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고소·고발 단계부터 공개할 수 있었던 기존 공보준칙에서 크게 후퇴한 데다 부당한 수사를 국민이 감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수사 과정에 대한 내부고발도 더 어려워졌다 
 
이번 훈령은 숙지 등을 위한 약 1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되며, 이 훈령 시행에 따라 기존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은 폐지된다.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을 제정하고, 오는 12월1일부터 시행한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한편 법무부는 이번 규정에 대해 "검찰, 법원, 언론, 대한변협, 경찰,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지만, 언론계와 법조계에서는 제대로 의견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총장 및 각급 검찰청의 장은 사건 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보칙에 대해서는 오보를 판단하는 부분에서 해석이 모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기존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도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를 한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 청사 출입의 제한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해명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본시장법 위반(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 대한 영장심사를 받는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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